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가 미국 애리조나 투자 규모를 총 2650억 달러(약 397조 5000억 원)로 확정하고 총 12곳의 반도체 공장과 연구 시설을 짓는다.
19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CNBC 등에 따르면 웬들 황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미국 현지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적으로 강한 장기 수요를 목격하고 있다”며 “어떤 경쟁사에도 시장을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메가트렌드가 현재와 같은 방향으로 이어지는 한 수익성 있는 성장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TSMC는 애리조나 투자액을 기존 계획보다 1000억 달러(약 148조 원) 늘린 것을 포함해 미국 내 투자 규모를 총 2650억 달러로 확대했다.
미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가운데 최대 수준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애리조나 생산 단지에는 반도체 웨이퍼 팹(생산 공장) 10곳과 첨단 패키징 시설 2곳, 연구개발(R&D)센터 1곳이 들어서게 된다. 1000억 달러 추가 투자로 웨이퍼 팹 4곳을 새로 건설하는 셈이다.
1호 공장은 이미 가동 중이며 2호 공장은 조만간 장비 반입을 시작할 예정이다.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TSMC가 미국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미 고객사와의 관계를 고려한 결정이다.
TSMC는 올 2분기 전체 매출에서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78%로 아시아(8%), 중국(6%), 일본(4%) 등을 크게 웃돌았다. 미국 정치권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 ‘종주국’인 대만을 국가 안보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TSMC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인텔이 투자를 늘리는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규제 당국이 내년부터 외국인투자가에게 배당금을 달러로 지급하는 것을 허용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황 CFO는 설명했다. 황 CFO는 “미국의 반도체 공장 건설 비용이 대만보다 4~5배 높아 초기에는 이익률을 끌어내리는 마진 희석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미국 반도체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인력과 기반 시설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TSMC는 최첨단 공정의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5㎚(나노미터·10억분의 1m) 생산라인 일부를 3나노 공정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2나노 생산도 본격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황 CFO는 “미국에서는 4나노 공정이 가동 중”이라며 “회사 전체적으로 2나노 공정은 올해 2분기 처음 매출을 올렸고 3분기부터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TSMC 전체 매출에서 5나노와 3나노 공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3%, 30%이며 2나노 공정은 약 3% 수준이다.
TSMC는 대만 내 투자와 R&D 역시 이어갈 방침이다. 이날 연합보 등 대만 언론들은 TSMC가 남부 가오슝 차오터우와 타이난, 서남부 자이, 북부 타오위안 룽탄 등 10곳 이상에 신규 공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 첨단기술을 뺏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황 CFO는 “차세대 칩은 대만에서 우선 도입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