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화웨이와 국영 반도체 생산업체 SMIC가 손잡고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2031년까지 물리적으로 1.4나노미터, 1.2나노미터급 칩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수출 규제로 첨단 극자외선 장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회로를 물리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설계 혁신과 생산 공정 개선을 통해 성능을 높이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는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중국이 독자적인 기술 자립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화웨이의 시도가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필사적인 노력이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TSMC나 삼성이 선보일 1.4나노미터 칩의 하드웨어 효율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화웨이가 최근 발표한 ‘타우 법칙’은 반도체 회로의 크기를 줄이지 않고도 신호 이동 시간을 극도로 단축해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논리 회로 구조를 접듯이 겹쳐 쌓아 집적도를 53퍼센트까지 높이는 ‘로직폴딩’ 기술을 활용합니다.
지금까지 반도체 업계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트랜지스터를 작게 만들어 같은 면적에 더 많이 배치함으로써 성능과 효율을 높여왔습니다.
반도체 회로 선폭은 28나노미터에서 14나노미터, 7나노미터, 3나노미터 등으로 계속 축소되어 왔습니다.
화웨이 반도체 사업부 책임자는 국제회로시스템 학회에서 “이러한 방식이 물리적 한계에 도달했고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새롭고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타우 법칙의 가장 큰 특징은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 노광 장비가 필요 없다는 점입니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 ASML의 극자외선 장비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는 2028년 1.4나노미터 칩 대량 생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현재 TSMC와 화웨이의 생산 파트너인 중국 SMIC 간 기술 격차는 약 5년으로 평가되는데, 이 계획이 실현되면 양사의 기술 격차는 더욱 좁혀집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1.4나노미터 공정을 개발 중이며, 이후 1.0나노미터 프로젝트 팀을 가동해 기술 주도권 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해외 언론은 “극자외선 장비는 트랜지스터 축소에 필수적이며 TSMC,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주요 칩 제조업체가 대량 생산을 위해 널리 사용하고 있다”며 “화웨이가 1.4나노미터 반도체를 대량 생산한다면 극자외선 장비가 5나노미터 이상 진보한 칩 대량 생산에 필수라는 업계 합의를 뒤집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우회하며 첨단 칩을 생산할 만큼 기술력을 높이면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도 우려됩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위탁생산이 핵심 분야인데, 화웨이의 초미세 공정 경쟁력이 향상되면 시장 점유율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한 차세대 반도체 사업 책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한국을 추격하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화웨이의 법칙이 시장의 새로운 기준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기술 자립을 추진하는 것일 뿐, 실제 대량 생산 가능 여부가 관건이라고 설명합니다.
한 대학 교수는 “중국 기업이 미국 규제 때문에 어려움이 있어 이를 돌파하기 위한 것으로, 아직은 가설이나 개념 정도의 수준일 수 있다”며 “반도체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서, 이론과 함께 생산 수율 관련 수치 등도 있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단순히 신호 전달 속도를 줄이는 방법이 법칙으로까지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극자외선 장비가 없는 상황에서 나온 대안처럼 보인다. 배선 구조를 바꿔 고집적을 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