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시스템은 늘어나는 글로벌 주문에 빠르게 대응하려고 미국 공장 투자와 베트남 생산라인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는 은행 대출 대신 최대주주가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최대주주는 보유 주식 250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팔아 약 1,687억 원을 마련했고, 이 돈을 회사 운영자금과 설비 투자에 쓰도록 빌려줄 계획이다. 회사는 금융기관 대출은 절차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지금은 투자 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 회사는 최근 에너지저장장치 분야 고객사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잇달아 맺으며 생산능력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최대주주도 과거 유상증자 참여와 전환사채 투자 등으로 여러 차례 개인 자금을 넣으며 회사 성장에 힘을 보탠 바 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엇갈린다. 이번 거래가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한편에서는 재무 부담과 주가 흐름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부분은 최대주주의 지분율 하락이다. 거래가 끝나면 지분율은 기존보다 낮아진다. 당장 경영권이 흔들릴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대주주가 큰 규모로 주식을 판 사실 자체가 투자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주요 임원들까지 최근 보유 주식을 잇따라 매도한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내부 인사들이 앞으로의 주가 흐름을 조심스럽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부담은 주식담보대출 규모다. 최대주주의 채무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지분 매각으로 담보 여력이 줄면, 주가가 크게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회사 자금이 급한 시점에 외부 차입보다 대주주 개인 자금에 의존한 점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회사는 신속한 투자 집행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 일부에서는 외부 자금 조달 여건이 기대만큼 좋지 않거나,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투자 속도가 더 빠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새로운 주요 주주가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호 지분이 늘어난 점은 안정성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새 주식이 늘어나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한다.
종합하면, 서진시스템은 공격적인 투자로 에너지저장장치와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최대주주의 자금 지원은 성장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빠른 선택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지분 감소, 내부자 매도, 높은 재무 부담 같은 숙제도 함께 안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는 투자 확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재무 안정성을 얼마나 잘 지켜내는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