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규모 개발 현장에서 건물을 철거할 때 절차를 간단하게 만들고, 공사 관리 업체가 철거 감독까지 맡을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축 전문가들은 안전 감독의 독립성이 무너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입장
지난달 발표된 개정안에는 재개발이나 재건축 현장처럼 여러 건물을 한꺼번에 철거하는 경우, 허가 신청을 한 번에 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또한 200억 원 이상 공공 공사에서는 기존에 공사 전체를 관리하던 업체가 철거 감독까지 우선적으로 맡을 수 있게 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제도는 건물 하나씩 따로 관리하게 돼 있어서 수십 개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대규모 현장에서는 비효율적”이라며, “이미 일정 규모 이상 공사에서는 공사 관리 업체가 감독을 맡고 있어 철거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우려
반면 건축 전문가들은 공사를 관리하는 업체가 감독까지 맡으면 제3자 입장에서 공정하게 점검하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감독은 공사 진행을 견제하고 안전을 지키는 역할인데, 같은 조직이 관리와 감독을 동시에 하면 독립적인 안전 관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인이 관리하고 본인이 감독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현재는 공공 대형 공사에만 적용되지만 앞으로 민간 사업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업계 갈등의 배경
이번 논란에는 업계 간 이해관계도 얽혀 있습니다. 철거 현장 감독은 개인 건축 사무소의 중요한 수입원인데, 공사 관리 시장은 대형 건설사와 엔지니어링 회사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제도가 바뀌면 일감이 대형 업체로 쏠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 전문가 단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고 집회와 시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여러 건축 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반대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현재 정부와 전문가 단체는 협의를 진행 중이며, 6월에 추가 논의가 예정돼 있습니다.
한 연구위원은 “이번 논란은 대규모 개발 사업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업계 간 갈등의 성격도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