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만 바라보는 세종 직장인들
정부 세종청사의 한 중간관리자는 퇴근 직전 갑작스러운 통보를 받았다. 다음날 오후 서울 청사에서 급한 업무 회의가 예정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서둘러 열차 예약 앱을 확인했지만 다음날 오송에서 서울로 가는 고속열차는 이미 모든 좌석이 매진된 상태였다.
“취소 좌석이 나올 때까지 휴대폰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 이곳 직장인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4년 사이 승객 수 86% 급증
철도공사 자료에 따르면, 오송과 대전 지역에서 서울과 용산을 오가는 열차 이용객은 2021년 약 583만 명에서 2025년 1,084만 명으로 85.9%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만 268만 명이 이 구간을 이용했다.
좌석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만 급증하면서 예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낮 12시대 열차 이용률은 2024년 212%에서 올해 220%를 넘어섰다. 한 좌석이 구간별로 여러 번 판매되는 효과를 감안한 수치지만, 낮 시간대 좌석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근버스 중단이 부른 나비효과
세종 공무원들의 오송역 의존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정책 변화도 있다. 정부는 2022년부터 세종 거주 환경 개선을 이유로 수도권과 세종청사를 잇는 통근버스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세종 정착을 유도하려는 취지였지만, 서울 중심의 회의 구조는 여전해 문제가 커졌다.
한 부처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중간급 이하 직원들은 대부분 세종에 거주하지만, 핵심 회의는 여전히 서울에서 열려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긴급 회의에 취소표 찾기 반복
최근 들어 국제 정세 변화와 경제 현안이 겹치면서 긴급 회의가 거의 매일 열리고 있다. 하루 전이나 당일에 갑자기 회의 일정이 잡히는 경우도 많아 예약난이 곧바로 출장 차질로 이어진다.
공무원이라고 해서 예약 과정에서 별도 혜택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일반 승객과 동일한 방식으로 표를 구해야 하므로, 취소표를 기다리거나 회의 시간보다 훨씬 이른 열차를 예약하는 일이 반복된다.
한 중앙부처 직원은 “출장 업무 자체보다 표를 구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가 더 소모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열차 증편은 2028년 이후나 가능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열차 공급 확대는 제한적이다. 주말 기준 고속열차 하루 운행 횟수는 2021년 285회에서 2025년 299회로 소폭 늘었으나, 올해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철도공사 측은 현재 운행 횟수가 사실상 한계에 가까워 단기간 증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평택과 오송 구간 복선화 공사가 완료되는 2028년께야 추가 증편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한 국회의원은 “오송과 서울을 잇는 구간은 행정과 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교통축인 만큼, 이용객 증가에 맞는 철도 운영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