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러 나라의 기업들이 가짜 탄소배출권을 대량으로 구매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최소 9개국이 연루된 이번 사건은 중국에서 진행됐다는 탄소 감축 프로젝트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거나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탄소 시장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탄소배출권이란?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인 만큼 받는 증서로, 이를 사고팔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배출권을 사서 자신들의 환경 규제 기준을 맞추는 데 활용합니다.
피해 규모는 상당합니다. 독일에서만 무효 처리된 배출권이 210만 톤이 넘고, 다른 8개 나라에 판매된 것도 최소 50만 톤에 달합니다. 현장 조사와 위성 분석 결과, 등록된 사업장 상당수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장에 가보니 텅 빈 사막과 빈 아파트
중국 중부 황토 지역의 한 유전은 12만 톤 감축을 약속하며 유럽 여러 나라에 등록됐지만, 실제 방문 결과 사업장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한 좌표는 평범한 사무실 건물로, 다른 좌표는 모래사막의 빈터였습니다. 가까운 곳에 대형 처리 시설이 있긴 했으나, 가스를 회수하는 설비가 아니라 단순 액체 처리 시설이었습니다.
등록된 개발사 주소는 베이징의 한 아파트로 확인됐고, 중국 동부 지역의 다른 사업장도 가스 포집 설비는 없고 그냥 태워버리는 시설만 있었습니다.
검증 시스템의 치명적 허점
더 큰 문제는 사업을 개발하는 사람과 그것을 검증하는 감사가 동일 인물이었다는 점입니다. 한 인물은 감사 기관 소속으로 일하면서 동시에 사업 개발 컨설팅 회사의 관리자로도 근무했습니다. 자신이 만든 사업을 자신이 검증하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이 인물은 20개가 넘는 사업을 직접 감사했고, 이들 사업은 독일에 배출권을 판매했습니다. 컨설팅 회사는 자신들이 소유하지도 않은 땅에 최소 5개 사업을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짜 배출권 사도 처벌 없어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줄줄이 이런 배출권을 구매했지만, 선의로 구매했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당국은 기업들이 제도를 설계된 대로 이용했을 뿐이라고 밝혔습니다.
독일에서는 2년 전 문제가 처음 드러났고, 45개 사업이 의심스럽거나 가짜로 판정됐습니다. 그중 3분의 2가 배출권을 취소당했지만, 사업을 벌인 기업과 개인은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업을 승인한 검증 기관 직원들에 대한 수사도 증거 부족으로 종결됐습니다.
탄소 시장 신뢰 붕괴 우려
전문가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제도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을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추진 중인 만큼, 엄격한 안전장치가 없으면 기후 대응 노력이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