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대비보다 ‘절세’…“자산가들 ‘대물림 연금’ 찾는다”

 

초고액자산가들에게 연금의 역할은 다르다.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는 금융상품이 아닌 절세와 자산 이전까지 아우르는 종합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자산가들은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비과세 연금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자녀 명의로 연금에 가입하는 ‘대물림 연금’ 상담도 늘고 있는 추세다.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패밀리오피서(FO)는 초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자산관리와 상속·증여, 세무 등을 종합 컨설팅하는 전문가다. 삼성생명은 우리나라 최초로 패밀리오피스 개념을 도입한 뒤 금융자산뿐 아니라 인적·사회적 자산까지 아우르는 가문 단위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장 FO는 자산가들의 연금 전략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연금을 장기 투자 계좌로 활용하면서 단기 시장 변동에 흔들리기보다 자신의 은퇴 시기와 현금흐름에 맞춰 자산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목수익률보다 세후수익률이 중요” 최근 패밀리오피스를 찾는 자산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절세가 가능한 연금 활용법이다.

과거에는 연금을 노후 자금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수단으로 인식했다면 최근에는 절세 효과를 고려한 장기 자산관리 수단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장 FO는 “패밀리오피스 고객 대부분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연 2000만 원)에 해당해 세금 부담(지방세 포함 최고세율 49.5%)이 큰 만큼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연금상품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은 단순히 높은 수익률보다 세금을 고려한 ‘세후 수익률’을 더 중요하게 본다. 그는 “명목 수익률이 높더라도 세금을 절반 가까이 내야 한다면 비과세나 과세이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연금이 장기적으로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연금 개시 시점과 수령 기간, 다른 금융소득과의 조합까지 함께 설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자녀 명의로 연금에 가입하는 ‘대물림 연금’ 상담도 빠르게 늘고 있다.

부모가 합법적으로 자녀의 미래 자산을 마련해주면서 증여세 부담까지 함께 고려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FO는 “자녀 명의 연금 가입을 통해 합법적인 증여와 장기 자산 형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방어, 변액연금 수요도 늘어” 자산가들은 연금을 단순히 원금을 지키는 상품이 아니라 장기 투자 계좌로 활용한다.

장 FO는 “예전에는 안정적인 공시이율형 상품을 선호했다면 최근에는 장기적으로 자산을 늘리기 위해 변액연금을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안에서는 변동성을 관리하는 전략을 많이 취한다.

장 FO는 “미국 등 글로벌 주식 ETF를 중심으로 성장성을 확보하고 채권 ETF와 배당형 자산을 함께 편입한다”며 “금리 하락기에는 채권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퇴 시점과 시장 상황에 따라 자산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 FO는 “연금 수령이 임박한 고객들은 현금흐름을 고려해 배당형 ETF와 채권 비중을 늘린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국내 주식시장 호황으로 국내 지수형 ETF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생활비는 연금으로, 성장자산은 그대로” 장 FO는 자산가들의 전략 가운데 일반 투자자들도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할 부분으로 ‘생활비와 투자자산의 분리’를 꼽았다.

은퇴 이후 당장 사용할 자금은 종신연금과 즉시연금, 퇴직연금(IRP) 등을 활용했을 때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 나머지 자산은 20~30년 동안 인플레이션을 방어할 국내외 성장주나 인프라 자산 등에 그대로 묶어둬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만큼 사적연금을 통한 추가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장 FO는 “특히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운용하는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많은 사람이 연금계좌를 세액공제를 받기 위한 상품으로만 생각해 예·적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에만 투자하는 실수를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장 FO는 “은퇴 후 투자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산의 성격을 재분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개인의 생애주기에 맞는 현금흐름을 고려하고 동시에 단기 시장 변동보다 장기적인 자산배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