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동부 장쑤성 우시 후이산경제개발구에 있는 지리차의 전기구동 시스템 제조 자회사인 인피모션 본사. 35도에 달하는 폭염을 뚫고 들어선 공장은 사람과 로봇이 손발을 척척 맞추고 있었다.
로봇이 정밀하게 부품을 끼워 넣으면 작업자가 체결 상태를 육안으로 검사하며 모터와 감속기를 뚝딱 조립해 냈다. 바로 옆에서는 로봇팔이 강렬한 조명을 비춰 4400만 화소 카메라로 조립된 완제품을 촬영하고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이상 여부를 즉시 판별했다.
이들 옆 무인운반차(AGV)는 바닥을 가로지르며 쉴새 없이 자재를 실어날랐다.
인피모션은 16일 우시 본사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생산기지를 외신기자에게 공개했다.
16개 생산라인과 5개 조립·시험라인을 갖춰 연간 로터 160만 개, 스테이터 165만 개를 만든다. 공정 자동화율은 95%에 달한다. 인피모션이 만드는 전기구동 시스템은 모터에 여러 부품을 결합해 하나의 모듈로 만든 장치다.
내연기관차로 치면 엔진과 변속기의 역할을 동시에 담당한다. 배터리에서 바퀴까지 에너지가 전달되는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장치이기 때문에 같은 배터리 용량으로도 주행거리를 크게 늘릴 수 있다.
이날 생산기지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신형 ‘16-in-1 지능형 전기구동 시스템’은 모터, 인버터, 감속기를 비롯해 온보드차저(OBC) 등 핵심 하드웨어 12개와 소프트웨어 4종을 통합했다. 초고집적 설계를 통해 기존 구동계와 비교해 180개 이상의 불필요한 부품을 20㎏ 이상 덜어냈다. 총 중량은 75㎏로 동급 12-in-1 제품보다 4 ㎏ 가볍다. 동시에 고전압 배선 길이는 30%, 저전압 배선은 15% 단축하는 등 경로 단순화로 양산형 전기구동 시스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93.8%의 종합 효율을 달성했다.
17일 중국 장쑤성 우시 인피모션 본사에 신형 전기구동 시스템이 탑재된 지리차 ‘갤럭시 TT’가 전시돼 있다.
지리차가 전기구동 시스템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배터리 시장이 이미 CATL과 BYD의 양강 체제인 상황에서 새 차별화 지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도 BYD 의 푸디동력이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지리차의 인피모션도 올해 1~5월 기준 중국 시장 점유율을 전년 동기 5.4%에서 8.3%까지 끌어올리며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이외 화웨이, 후이촨테크놀로지 등 중국 기업들의 약진 속 보쉬 등 기존 글로벌 대기업의 존재감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술 발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기존 400V보다 효율과 충전 성능이 뛰어난 800V 아키텍처의 시장 침투율은 20%까지 올라왔으며 2028년에는 50%를 웃돌 전망이다. 특히 지리가 차세대 전기구동 시스템을 탑재할 예정인 보급형 SUV 세단 ‘갤럭시 TT’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3.8초에 불과하다. 이는 1억 원이 넘는 포르쉐의 고성능 전기 SUV ‘마칸 GTS 일렉트릭’과 동일한 수준이다. 갤럭시 TT의 출시 가격대가 10만 위안(약 2200만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가 압도적이라는 평가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 부진 속 전기구동 시스템을 수출에 활용하고 있다. AI 자율주행 시스템은 규제와 안보 문제로 해외 진출에 제약이 많지만, 전기구동 시스템은 이 같은 문제 없이 차량의 가격과 상품 경쟁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서다. 실제 중국의 전기구동 시스템 수출액은 42억 6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64.7% 증가했다.
인피모션 역시 지리차그룹 내 브랜드뿐 아니라 재규어랜드로버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도 전기구동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와 약 300억 위안 규모의 수주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수출 증가율은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