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화폐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원화 기반 안정화 코인의 법률 제정 작업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용자 보호를 중심으로 한 첫 번째 단계의 법안 처리 이후, 안정화 코인의 발행과 유통 체계를 담을 두 번째 법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앙은행과 금융 감독기관, 그리고 국회가 은행 중심의 협력 구조에는 어느 정도 의견을 모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서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 제정이 미뤄지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미리 조직과 인력을 준비해둔 금융 회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음 달 예정된 지방 선거와 국회 후반기 구성 일정까지 겹치면서, 올해 상반기 안에 법안이 진전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큰 틀은 합의했지만 세부 사항에서 막힌 상태
금융권 소식통에 따르면, 안정화 코인 법안 논의는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의가 이루어졌으나 세부 쟁점에서 진행이 멈춘 상태입니다. 특히 은행들이 협력체의 지분 51% 이상을 확보해 발행 주도권을 가지는 구조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과 국회 모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협력체에 참여할 수 있는 주체의 범위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은행 중심 구조를 유지하되, 가상자산 거래소의 참여를 어느 선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금융 당국과 국회의 시각차가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금융 감독 기관은 가상자산 거래소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거래소 지분율을 15에서 20퍼센트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주장해 왔습니다. 반면 국회 일부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역할을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법 제정 지연으로 금융 회사들의 부담 증가
문제는 법 제정이 늦어질수록 금융권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요 금융 그룹과 은행들은 안정화 코인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조직과 인력을 미리 확충해 왔지만, 제도화 일정이 불투명해지면서 사업 추진이 사실상 기약 없이 멈춰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금융권은 해외 송금과 결제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수수료 기반의 새로운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원화 안정화 코인 시장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 왔습니다. 금융 그룹들은 지난해부터 안정화 코인 관련 상표권을 대거 확보하며 향후 시장 경쟁에 대비해 왔습니다.
일부 금융 회사는 전담 팀과 디지털 자산 조직을 새로 만들고 관련 전문 인력 확보에도 나선 상태입니다. 발행권 확보를 위한 협력체 논의도 구체화되는 흐름입니다.
한 금융 그룹은 여러 은행 및 저축은행과 함께 협력체 구성을 추진하며 원화 안정화 코인 발행을 준비 중입니다. 주요 금융 그룹들 역시 내부 팀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인터넷 전문 은행들도 안정화 코인을 새로운 성장 돌파구로 삼고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상태입니다. 특히 한 인터넷 은행은 증권 시장 상장 이후 수익성을 확보할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안정화 코인을 선택하고 구체화 작업에 나섰습니다.
우선 중동 지역 디지털 자산 전문 기업 및 국내 블록체인 회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한국과 해외를 잇는 차세대 송금 및 결제망 공동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다른 인터넷 은행 역시 그룹 차원의 팀을 구성하고 범용성 높은 안정화 코인 생태계 구성을 위한 준비 작업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 인력 채용과 시스템 구축에 따른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출하고 있지만, 법 제정이 지연되면서 사업화와 비용 회수 시점이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투자는 이미 시작됐는데 제도는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상반기 내 법안 진전 가능성 낮아
업계의 부담은 커지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안에 법안이 진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국회가 사실상 지방 선거 국면에 돌입하면서 법안 논의 동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달 예정된 국회 소위원회 논의를 사실상 상반기 마지막 분수령으로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국회 후반기 의장단 선거와 상임 위원회 재편 일정도 변수로 꼽힙니다.
통상 국회 구성에 한두 달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임 위원회 재구성은 6월 말쯤 마무리되고, 실질적인 법안 논의는 빨라야 7월 이후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