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발 인플레이션, 계산 방식을 고쳐도 가라앉을 리 없습니다. 기준선 조정과 체감 물가는 별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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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산출 공식만 고쳐서 에너지發(발)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질 리 없다
① 배경 — 왜 또 물가 공식 손대나
미국 상무부가 다음달부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산정 방식을 일부 손본다. 핵심 물가 지표가 가벼워지는 만큼 발표되는 숫자도 0.2%포인트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예상보다 차분하게 나온 가운데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안에서는 여전히 통화긴축을 옹호하는 매파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7일(현지 시간)부터 미국과 이란이 합의각서를 깨고 무력 충돌을 재개하면서 국제 유가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무역법 301조를 근거로 한국을 포함한 수십 개국에 새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어서 물가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② PCE 개편 — 숫자는 어디서 얼마나 줄어드나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자산관리 서비스, 소프트웨어, 법률 서비스 세 분야의 측정 방법을 바꾼다. 소프트웨어는 노동통계국(BLS)이 집계하는 비디오게임·웹호스팅 가격 데이터를 추가하고, 자산관리 수수료는 금융회사의 수익과 업무량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주가가 오르면 수수료가 자동으로 붙는 구조가 물가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법률 서비스는 BLS가 공개를 멈춘 CPI 대신 PPI를 대신 쓴다. 이 세 가지 변화가 합쳐지면 PCE 상승률이 전체적으로 약 0.2%포인트 낮아진다는 게 월가의 시나리오다. 신규 방식은 9월 30일 발표 예정인 8월 지표부터 적용되고, 지난 5년치 데이터에도 소급 반영된다.
③ 연준 내부 움직임 — 명칭을 바꾸려는 사람들
차기 의장 후보 시절 케빈 워시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근원 PCE 대신 ‘절사 평균(trimmed mean)’ 지표를 쓰겠다고 예고했다. 이 지표는 변동성이 큰 항목 양 끝을 잘라낸 평균치인데, 채택되면 명목 물가 상승률이 2% 초반대까지 내려가 보인다. 연준은 소통·대차대조표·데이터 활용·생산성과 일자리·인플레이션 틀 등 다섯 개 분야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거시경제 인과관계 연구로 노벨상을 받은 학자,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전 위원장, 전 월마트 최고경영자(CEO), 유명 벤처투자자, 인공지능(AI) 분야 학자 등 학계·재계 인사가 대거 합류했다.
④ 매파의 경고 — “한 달 안정으로는 부족”
달러스 연은 총재 로리 로건은 텍사스 휴스턴 행사에서 “물가 상승률이 스스로 2%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약간의 정책적 긴축이 필요하다”며 “한 달 정도의 완화 통화로는 부족하다”고 못 박았다.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제프 슈미드 역시 “가장 큰 우려는 너무 뜨거운 물가”라며 식품 가격이 팬데믹 이전보다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연준 이사 리사 쿡도 “물가가 안정되지 않으면 곧 움직이겠다”는 매파 기조를 재확인했다. 6월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에 그쳐 다우존스 전망치 3.8%보다 낮았고, 6월 PPI는 0.3% 내려 10개월 만에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⑤ 비둘기의 낙관 — 윌리엄스 총재의 시간표
뉴욕연은 총재 존 윌리엄스는 지역 연은 수장 가운데 유일한 FOMC 상시 투표권자로, 연준의 실질적인 2인자다. 그는 “앞으로 몇 분기 동안 인플레이션이 점차 내려갈 이유가 충분하다”며 올해 말 전체 물가상승률이 약 3.25%까지 낮아지고, 2028년에는 목표치 2%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 공습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했던 충격은 이미 정점을 지났다는 판단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 데이터에 따르면 시장은 이달 회의에서 금리가 현 3.50~3.75%에서 동결될 확률을 74.9%로 보고 있으나, 여전히 25.1%의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⑥ 유가 — 다시 튀는 원유, 불안한 해상
미군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공격 이후 쉬지 않고 이란을 공습하면서 이란도 걸프 주변 미군 기지에 보복 공격을 퍼붓고 있다. 친이란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를 겨냥해 해상 봉쇄를 예고했고, 홍해 항로를 통해 원유를 보내던 사우디의 항로가 위협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런던 ICE 9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과 뉴욕상업거래소 8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16일부터 4거래일 연속 올랐고, 21일에는 브렌트유 91.01달러, WTI 84.91달러로 각각 한 달여 만의 최고치를 다시 갈랐다.
⑦ 휘발유와 관세 — 인플레 요인은 산적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4.003달러(리터당 약 1570원), 경유는 갤런당 5.108달러다. 올 2월 미·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까지만 해도 갤런당 2달러대였지만 이후 4.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합의각서 이후 3.7달러대까지 내려갔으나, 이번 재충돌로 다시 오르고 있다. 무역법 122조 글로벌 관세의 150일时限가 끝나는 24일을 기준으로 무역법 301조에 따른 새 관세가 적용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강제 노동 차단 조치가 미흡한 경제권에 10~12.5%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고, 한국도 12.5% 대상 그룹에 포함됐다. 여기에 과잉 생산 조사까지 겹치면 한국의 최종 관세율은 기존 상호관세 15%를 넘어설 수 있다.
⑧ 결론 — 공식만으론 못 막는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로서는 휘발유 가격이 계속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깊어지면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PCE 공식 손질만으로 물가 압력을 잠재우기는 어렵고, 남아 있는 인플레 요인은 산적하다. 그가 다음에 어떤 카드를 꺼낼지가 28~29일 FOMC 정례회의의 함의를 가늠하는 시장 변수다. ‘공식 바꾸기 = 인플레 종결’이 아니라는 점이 이번 주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