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이 이번 달부터 새로운 5세대 실손 의료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제도가 과연 손해율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주요 우려 사항은 건강한 가입자들만 저렴한 5세대 상품으로 옮겨가고, 병원 이용이 잦은 고위험 고객들은 기존 상품에 그대로 남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렇게 되면 위험을 분산하는 보험의 기본 원리가 무너지면서 기존 상품군의 손해율이 오히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과 보험료 산정 방식의 개선이 함께 이뤄지지 않으면, 5세대 실손보험 제도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주요 보험사들의 5세대 실손보험 출시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 9곳과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생명보험사 7곳이 5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새 상품은 기존 1·2세대 대비 보험료가 절반 이상 저렴하며, 4세대와 비교해도 약 30% 가량 낮은 가격으로 책정되었습니다.
5세대 실손보험의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구분
• 비중증 비급여 치료의 본인부담률을 30%에서 50%로 상향
•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비급여 주사료 등을 비중증 보장에서 제외
• 과도한 병원 이용을 억제하고 보험사의 지급 부담 경감 목적
업계의 우려: 역선택 현상 심화 가능성
보험업계는 ‘역선택’ 문제를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병원 이용이 적은 건강한 가입자들만 보험료가 저렴한 5세대로 이동하면, 기존 상품에는 비급여 치료를 자주 받는 고위험 고객만 남게 됩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비중증 치료를 집중적으로 이용해온 고객들이 본인부담금이 높아진 5세대로 옮겨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5세대 상품이 손해율 개선보다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1~4세대 합산 실손보험 위험 손해율은 119.3%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100원당 약 119.3원을 보험금으로 지급했다는 의미로, 영업 측면에서 적자 상태임을 보여줍니다.
보험료 수입 감소 우려도 제기
건강한 가입자들이 저렴한 5세대로 전환하면 보험사의 전체 보험료 수입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들이 납부하던 보험료로 유지되던 위험분산 구조가 약화되고, 고위험 계약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손해율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5세대로 전환되면 보장 범위가 축소돼 보험금 지출 통제가 가능하지만, 전체 보험료 규모를 줄이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도 안착을 위한 개선 과제
전문가들은 5세대 실손보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비급여 관리 기준 마련과 보험료 산정 방식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보험연구원이 제시한 개선 방안:
•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등 기존 비급여 항목 재평가
• 과도한 진료 우려가 큰 항목의 관리급여 지정
• 해외 사례를 참고한 비급여 가격 상한선 마련
• 비급여 관리법 제정
보험료 측면에서는 현재 연간 ±25%로 제한된 인상폭 규제를 완화하고, 급등한 손해율만큼 보험료를 현실화해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신규 가입자 확보가 관건
일부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기존 가입자의 전환보다 5세대 신규 가입자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대학 교수는 “2009년 이전 판매된 1세대 실손 가입자들은 고령화로 의료 이용이 증가할 예정이며, 이들이 새 상품으로 갈아탈 동력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비급여 체계 개선도 복지부 소관사항이라 금융당국이나 보험업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기 어려워 결국 신규 가입자 확보가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 5세대 실손보험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급여 진료비 관리 체계 구축과 보험료 산정 방식의 합리적 개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