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이 큰 돈을 들여 산 HMM 주식을 팔지 못하고 막혀 있다. 회사가 직접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부족한 상황인데도 수천억 원의 손해가 눈앞에 보이는데도 그대로 두고 있는 배경이 궁금한 부분이다.
SM그룹의 핵심 사업은 해운과 건설이다. 하지만 건설 쪽은 건설사업에 자금을 빌려주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흔들리면서 한동안 어려웠다. 때문에 해운 계열사들이 건물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건설 쪽을 도와줘야 했다. 그만큼 해운이 잘 되리란 보장이 없어지고, 새로운 사업이 꼭 필요한 형국이다.
새 사업은 결국 돈이 있어야 시작할 수 있다. 그래서 9천5백억 원쯤 쓴 HMM 주식을 팔아 자금을 돌리자는 목소리도 회사 안에서 나왔지만, 경영진은 한마디로 거절했다고 한다. 팔면 손실이 3천억 원은 넘게 난다는 이유 때문이다.
왜 샀는가? SM그룹이 2022년부터 1년 넘게 HMM 주식을 산 이유는, 지분이 있으면 나중에 HMM 인수전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 물동량이 폭증하면서 주식이 크게 올랐고, 당시에는 사두면 나중에 손쉽게 이익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주가는 1만9천 원대로 매입 가격보다 3천2백억 원 넘게 내려간 상태다. 주식을 오래 들고 있어도 경영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손절은 절대 안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비교 사례 – 호반그룹
같은 길을 걸은 호반그룹은 2022년 한진칼 지분을 사서 큰 성과를 냈다. 매입가는 4만~8만 원대였는데, 현재 주가는 13만 원대로 최대 1조 원 안팎의 이익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LS 주식에서도 1천억 원대의 확실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호반과 차이는 경영 참여 의지였다. 호반은 처음 투자할 때부터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반면 SM은 일시적으로 6.5%까지 보유하기도 했지만,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주식 전환으로 발행 주식이 늘면서 비율이 3.9%까지 떨어졌다.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증권사 보고서를 보면 최근 두 달 사이 어느 곳도 HMM 매수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하나증권은 목표가 2만1천 원, 대신증권은 2만3천 원, 한국투자증권은 목표가 없이 중립 의견만 제시했다. 전쟁과 미국 관세 영향으로 운임 지수는 아직 높지만, 하반기 이후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SM이 HMM을 통째로 인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인수하고 내부 자금으로 친환경 선박을 들여오면 그룹 내 해운사들과 시너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부 주도로 진행하는 매각에서 SM에 넘어올 가능성은 낮지만, 그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