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실제 회사 실적 상황과 D램 가격 흐름, 인공지능 관련 설비투자 전망을 함께 놓고 보면 주가가 너무 과하게 빠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반도체주가 다시 오를 수 있는지는 이번 달 말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실적 발표와 설비투자 계획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20일 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기 변동에 민감한 반도체 회사들은 지금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너무 빠르게 주가가 떨어진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실제로 최근 고점 대비 하락률을 보면 회사마다 편차가 큽니다.
메모리 업황 영향이 큰 회사들은 30% 이상 빠졌고 상대적으로 이익이 안정적인 회사들은 10%대 하락에 그쳤습니다.
메모리 반도체만 만드는 키오시아는 52%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37%,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0% 빠졌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30% 정도 내려갔습니다. 반면 영업이익률이 안정적인 엔비디아는 14%, TSMC는 9%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처럼 영업이익 변동 폭이 큰 메모리 중심 회사들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몰렸던 것입니다.
이들 회사는 앞으로 예상 영업이익률이 70~80%까지 높아질 것으로 보여 지금 수준을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 영향입니다.
다만 주가에 반영된 실적 악화 우려와 실제 업계 상황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는 진단입니다.
SK하이닉스의 지난주 장중 저가는 직전 고점보다 43%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순손실로 전환했던 2022년 당시와 비슷한 폭의 하락입니다. 현재 이익 전망이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주가에 상당한 업황 악화 우려가 반영됐다는 의미입니다.
D램 가격 흐름도 여전히 상승세입니다.
지난주 평균 D램 현물가격은 일주일 전보다 2% 올랐고 한 달 전과 비교하면 7% 상승했습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담은 D램 관련 상장지수펀드에는 이달 들어 45억달러 자금이 순유입됐고 최근 5거래일 동안에만 24억달러가 흘러들었습니다.
반도체주가 반등할 수 있는 촉매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꼽았습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해 인공지능 반도체와 메모리를 대량으로 사는 이 회사들을 하이퍼스케일러라고 부릅니다.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네 곳의 합산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면 올해 1분기 80%에서 2분기 83%, 3분기에는 9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4분기에는 79%로 다소 낮아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빅테크의 투자가 계속 이어진다면 메모리 회사들도 높은 수익성을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빅테크 실적에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서프라이즈가 나오느냐도 중요합니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이후 알파벳 매출이 시장 전망치를 웃돈 직후 한 달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평균 11%, 16% 올랐습니다. 전망치를 밑돈 경우에는 각각 2%, 마이너스 3%에 그쳤습니다.
빅테크마다 반도체주 흐름에 영향을 주는 핵심 지표도 조금씩 다릅니다. 알파벳은 매출이 핵심이고 메타와 아마존은 주당순이득이, 마이크로소프트는 실제 설비투자 규모가 시장 기대치를 넘는지가 반도체주 방향을 가릅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비투자가 예상을 웃돈 한 달 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각각 19%, 26%, 27%로 나타났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과거 주도 업종이 반등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입니다.
닷컴버블과 글로벌 금융위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 등으로 주가지수가 급락했던 시기 이후 반등 과정에서는 이전 상승장을 이끈 업종이 지수 회복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급락 이후 반등 국면에서도 이전에 지수를 끌어올렸던 업종이 다시 회복을 이끄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며 “따라서 코스피의 기존 주도 업종인 반도체, 정보기술 하드웨어, 전력기기를 중심으로 투자 대응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