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이 고려아연 지분을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의 흐름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이번 움직임은 단순한 투자라기보다, 최윤범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시장에서는 메리츠가 먼저 베인캐피탈이 들고 있던 지분을 받아간 데 이어, 한화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까지 추가로 사들이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더 안정적으로 묶어둘 수 있고, 반대로 경영권 확보를 노리는 다른 쪽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처음에는 최 회장 측이 오너 일가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해 직접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도 거론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메리츠증권이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해당 지분을 인수하는 방향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메리츠가 본격적으로 지원군 역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한화 쪽이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탠다. 여러 계열사가 나눠 가진 고려아연 지분을 정리할 가능성이 나오는데, 만약 이 물량을 메리츠가 넘겨받으면 최 회장 측은 방어선이 한층 단단해질 수 있다.
이번 선택은 단순히 수익만 노린 금융 투자로 보기 어렵다. 메리츠가 경영권 분쟁 한가운데에서 핵심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은, 앞으로도 중요한 자금 공급자이자 협력자로 자리잡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경영권 다툼이 거세질수록 누가 자금을 대고, 누가 지분을 쥐느냐가 판세를 크게 바꿀 수 있다.
메리츠가 이번에 처음부터 이런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고려아연 측이 맞대응에 나섰을 때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며 힘을 보탠 적이 있다. 그때도 메리츠의 지원은 상대 진영의 공세를 막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이번 지분 인수 역시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경영권 다툼의 핵심 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이 배경에는 메리츠와 MBK파트너스 사이에 쌓인 불편한 관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두 회사는 앞선 다른 기업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금 지원과 의사소통 문제로 여러 차례 부딪힌 것으로 전해진다.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과 책임 분담을 두고 생각 차이가 컸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향한 신뢰가 크게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메리츠가 고려아연 분쟁 국면에서 다시 등장한 것은 MBK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압박이 될 수 있다. 한쪽에서는 방어에 필요한 자금과 지분을 확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계획이 꼬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립은 단순히 한 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넘어서, 자본시장 안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를 겨루는 싸움으로도 번지고 있다.
앞으로 경영권 분쟁이 길어질수록 메리츠와 MBK의 대립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거래가 향후 판세를 가를 중요한 갈림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누구 편에 얼마나 많은 지분과 자금이 모이느냐에 따라, 고려아연의 미래 주도권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