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가 피하주사(SC) 제형 기술을 자체 확보하면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경쟁이 ‘제형 전환’으로 확대되고 있다.
셀트리온(068270) 은 이미 PH20 기반 기술을 내제화하고 지난해 허셉틴SC, 다잘렉스SC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선 상태다.
일각에서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들이 오리지널 제품의 물질특허 만료 시점에 발맞춰 곧바로 SC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양대 시밀러사와 빅파마 간 SC제형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1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에피스는 SC제형 적용 방안을 검토중이다. 현재 회사는 키트루다, 엔허투 등에 대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인 가운데 삼성에피스가 두 의약품에 우선 적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오리지널SC 제품의 특허 만료를 기다릴 경우 시장 진입이 늦어질 수 있는 만큼 언제 개발에 착수할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는 글로벌 1위 항암제로, 지난해에만 317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올린 의약품이다. MSD는 내년 말까지 전체 키트루다 시장의 40%를 SC제형 ‘키트루다 큐렉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단순 계산 시 SC제형에서만 127억 달러 시장이 형성된다.
지난해 5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항체약물접합체(ADC) 의약품 ‘엔허투’도 SC제형 개발에 착수해 향후 SC의약품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SC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가 올해 2863억 달러에서 2031년 4989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에피스가 PH20 기반 SC제형 기술 내제화에 나선 건 글로벌 빅파마들이 SC제형으로 시장 독점력을 연장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존슨앤존슨은 2020년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 다잘렉스의 SC제형인 ‘다잘렉스 파스프로’를 허가받은 뒤 약 2년 만에 기존 다잘렉스 투여 환자의 80% 이상(미국 85%, 유럽 80%)을 다잘렉스 파스프로로 전환시켰다. 2030년 다잘렉스(IV)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바이오시밀러사들에 20%가 안되는 시장만 남겨둔 셈이다. SC 제형은 IV 제형 대비 투여 시간이 수 시간에서 수분으로 줄고 병원 체류시간이 짧아 환자는 물론 의료진의 선호도가 높다.
이 같은 시장 흐름 속에 셀트리온은 이미 세계 최초로 히알루로니다제를 적용한 SC 제형 바이오시밀러 확보에 나섰다.
허쥬마 SC(CT-P6 SC)에 대해 지난해 2월부터 허가용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잘렉스 바이오시밀러도 지난해 8월부터 SC제형(CT-P44) 임상을 개시했다.
셀트리온은 향후 신약은 물론 외부 고객사 대상 제형 변경 CMO 사업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삼성에피스는 제형 변경 기술의 외부 제공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목할 점은 국내 양대 바이오시밀러 기업이 모두 자체 SC 플랫폼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스위스 산도스와 인도 인타스도 국내 기업 알테오젠과 계약을 맺고 SC 제형 변경 기술을 라이선스인했다.
다만 알테오젠은 키트루다 성분에 대해 MSD와, 엔허투 성분에 대해서는 다이이찌산쿄와 각각 독점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산도스와 인타스는 키트루다, 엔허투 바이오시밀러에 알테오젠 기술을 적용하기 어렵다. 허셉틴, 다잘렉스, 리브리반트 등 블록버스터 SC제형 개발에 참여한 할로자임 역시 기술을 독점 제공하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들이 빅파마와 성분별 독점 계약을 맺으면서 자체 기술이 없는 바이오시밀러 업체는 SC 제형 특허가 만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자체 기술 역시 특허 분쟁 가능성을 완전히 제외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고 특허 이슈가 해소될 시 다양한 제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망했다. 독자 서열을 기반으로 SC 플랫폼을 구축할 시 범용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나아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만료 시점을 쫓는 전략에서 벗어나 물질특허가 풀리는 시점에 곧바로 SC제형 경쟁에 진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계열사와 생산 시너지도 기대된다.
삼성에피스의 계열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7년까지 SC제형에 쓰이는 사전 충전형 주사기(PFS)와 오토인젝터 생산 라인을 확충할 계획이다. 이들 설비는 향후 SC 제형 바이오시밀러의 완제의약품(DP) 생산에 파생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셀트리온의 계열사인 셀트리온제약 또한 충청북도 지역 내 2조 원을 투자해 PFS의 생산능력을 기존 연간 2000만 시린지에서 7000만 시린지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알테오젠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키트루다 큐렉스는 ALT-B4 미국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43년까지 특허에 따른 독점적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다”며 “물질특허 뿐만 아니라 고정용량, 제형 관련 특허 등 다양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ALT-B4와 전혀 다른 물질(API)을 적용한 제품이 키트루다 큐렉스의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물질·제형·함량 등을 전제로 허가가 이뤄지는 만큼 자체 히알루로니다제 사용 시 시밀러가 아닌 신약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다.
통상 제형 변경 신약은 개발에 5년 내외의 기간이 소요되며 현재 FDA 규정상 상용화 이후에도 오리지널과 대체 조제를 인정받지 못한다.
삼성에피스는 이번 기술을 개발하며 시밀러를 포함해 제형 변경 신약 등 다양한 허가 절차도 검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