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 넣어두면 안전하다는 통념과 달리, 저온에서도 살아남아 증식하는 식중독균이 있어 즉석섭취식품 관리에 주의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균이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다.
13일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이 균의 최적 생육 온도는 약 37도지만 영하 1도에서 44도까지 자랄 수 있다.
냉장 온도에서도 살아남고, 냉동 온도인 영하 18도에서는 증식이 멈추지만 균이 사멸하지는 않는다.
다만 증식 속도는 온도에 크게 좌우된다. 농촌진흥청 실험에서 세척한 어린잎 채소를 4도에 보관했을 때는 리스테리아가 증식하지 않았으나 10도에서는 3일 만에 100배로 늘었다. 낮은 온도에서는 느리게, 온도가 오르면 급격히 증식한다는 의미다.
위험이 특히 큰 것은 다시 익히지 않고 그대로 먹는 냉장 즉석섭취식품이다.
저온에서 자란 균이 재가열 없이 몸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훈제연어가 반복적으로 적발됐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2020년 선제조사에서 유통 제품 5개에서 리스테리아를 검출했고, 이후 광역 수거를 거쳐 11개 제품이 적발돼 서울시가 폐기 조치했다.
식약처도 동원산업·선도씨푸드 등 제조업소 제품과 훈제연어슬라이스 제품을 회수했다. 냉훈 방식 훈제연어는 가열 살균 과정이 없어 균이 살아남을 수 있다. 햄·소시지 등 가공육도 안전하지 않다.
미국에서는 2024년 가공육 델리미트에서 발생한 리스테리아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약 3175t(700만 파운드) 규모가 리콜됐다. 씻어서 해결되지 않는 식품도 있다.
새싹채소와 멜론, 신선채소가 그렇다. 건강한 성인은 가벼운 발열이나 근육통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고위험군은 다르다.
보도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리스테리아 감염증 신고는 6건 수준이지만 대부분 입원이 필요한 중증으로, 침습성 감염의 치명률은 약 20%로 보고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부의 감염 위험이 일반인의 약 10배라고 밝혔다. 태반을 통해 태아로 전달되면 유산이나 사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보건당국은 냉장 식품이라도 관리 기준을 지킬 것을 권고한다. 남은 음식은 3~5일 이내에 먹거나 버리고, 가공육이나 냉장 조리식품은 중심온도 74도 이상으로 재가열하는 것이 안전 기준이다. 냉장·냉동고를 각각 5도 이하, 영하 18도로 유지하고 조리용과 생식용 도마·칼을 구분해 교차오염을 막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