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위원회가 최근 부지 적합성 조사 계획을 확정하면서,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 유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앞으로 부지 선정 과정에서 지질의 안정성과 주민 동의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의 안전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고, 실제로 그 지역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지역 소멸 문제가 커지면서, 새로운 발전 방안을 찾는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에서 이 시설을 지역 성장의 한 방법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관심이 이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전했다.
또한 지역 지원 규모는 상당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과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시설이 들어섰을 때도 큰 지원금이 지급된 만큼, 고준위 시설은 그보다 더 큰 지원 논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한 뒤 나오는 폐기물 가운데 열과 방사능 수준이 매우 높은 물질을 말한다. 이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처리하기 위한 시설이 바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이다.
관련 법에 따라 위원회는 2038년까지 부지 선정을 마쳐야 하며, 2050년까지 중간저장시설, 2060년까지 처분시설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위원 구성이 완료된 뒤 열린 전체회의에서는 부지 선정의 첫 단계인 조사 계획이 공식 의결됐다.
위원회는 올해 안에 부적합한 지역을 먼저 걸러내고, 내년부터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부지 공모를 받을 계획이다.
부지 선정에서 가장 먼저 따져야 할 부분은 땅의 구조가 장기간 안정적인지 여부다. 여기에 더해 실제 추진 과정에서는 주민 수용성이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안전성이 충분하더라도 주민 공감이 부족하면 사업 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운송 여건도 함께 검토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기존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시설 운영 사례를 볼 때, 고준위 폐기물도 육상보다 해상 운송이 더 적합할 가능성이 있어 해안과 가까운 지역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부지 선정을 시도했지만, 주민 반발과 절차상 문제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지역경제에 실제 도움이 되는 지원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는 국가가 직접 공익법인을 세우고 주민이 운영과 발전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지역의 장기 성장을 돕는 사례도 있다. 위원회는 이런 방식도 참고해, 단순한 보상에 그치지 않고 지역 미래까지 함께 설계하는 지원 체계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