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포장 규제 강화로, 국내 투자 줄이고 해외 매출과 전자 담배로 성장

 

담배 포장 규제 강화로 업계 전략 전환

담배 겉포장에 들어가는 경고 이미지와 문구가 점점 더 강력해지면서, 담배 제조사들의 사업 방향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국내 일반 담배 시장은 흡연자 수 감소와 강화된 규제로 성장이 멈춘 상태입니다.

주요 담배 회사들은 이제 해외 시장과 전자담배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습니다. 담배 포장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경고 이미지가 강해질수록 브랜드보다 흡연의 위험성 메시지가 더 크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 2년마다 바뀌는 경고 표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담배 포장의 건강 경고 그림과 문구는 2년마다 교체됩니다. 국내에서는 2016년 12월에 처음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제5기 경고가 적용 중입니다.

정부는 국내외 연구와 국민 설문, 경고 효과 분석 등을 바탕으로 경고 내용을 결정합니다. 경고 이미지는 갈수록 더 무섭고 직접적인 표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제5기에서는 일반 담배 항목 중 성기능 장애가 빠지고 신장암이 새로 추가되었습니다. 입안암, 심장병, 눈 질환, 말초혈관 질환, 간접흡연 관련 그림도 교체되었으며, 흡연으로 생길 수 있는 질병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어 경고 효과를 높이고 있습니다.

● 문구도 점점 더 강하게

경고 문구 역시 강화되었습니다. 예전에는 흡연 피해를 암시하는 표현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질병과의 관계를 직접 보여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폐암으로 가는 길’이라는 문구는 ‘흡연의 끝은 폐암’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질병에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 표현보다 흡연의 결과를 단정적으로 제시해 소비자 인식에 더 강하게 작용하는 방식입니다.

● 담배 회사들, 국내 시장 투자 줄이는 중

담배 업계는 경고 그림 강화가 국내 일반 담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요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담배는 광고가 제한된 대표적인 규제 산업입니다. 포장 디자인과 색상, 제품명은 거의 유일한 브랜드 차별화 수단입니다.

경고 그림이 더 자극적으로 바뀔수록 소비자는 제품의 브랜드보다 경고 이미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업계는 국내 일반 담배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은 흡연율 하락과 광고 제한, 경고 그림 강화 등 규제가 쌓이면서 성장 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한 담배 회사는 국내 일반 담배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유지하되, 성장 동력은 해외 담배와 전자담배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해외 담배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국내 담배 매출을 넘어섰고, 해외 담배 매출 비중도 처음으로 국내를 넘어선 54.1%를 기록했습니다.

● 전자담배와 해외 시장으로 방향 전환

다른 담배 회사들도 비슷한 방향입니다. 한 회사는 전자담배를 중심으로 ‘연기 없는 제품’ 전환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비연소 제품은 전 세계 108개 시장에서 판매됐고, 전체 순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3%에 달했습니다.

다른 회사 역시 전자담배 신제품과 전용 스틱을 통해 전자담배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기존 일반 담배의 브랜드 마케팅 여지가 줄어들수록 전자담배와 해외 시장의 중요성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담배 외 사업 확대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 회사는 담배 외에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혀왔습니다. 국내 일반 담배 시장이 규제 산업으로 고착화되면서 단일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입니다.

● 정부는 연간 10조원대 세금 확보

정부는 경고 그림 강화가 금연 유도와 흡연 예방을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담배 포장은 흡연자가 반복적으로 접하는 매체인 만큼, 불쾌감을 주더라도 흡연 위해성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일부 흡연자가 편의점에서 ‘덜 불편한 그림’을 고르려는 행동을 보이는 것 자체가 시각적 경고가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담배 규제는 세금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담배는 연간 10조원대 세금을 만들어내는 안정적인 세수원입니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는 약 3000원대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이 붙습니다.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는 지방재정으로 들어가고,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금연사업과 건강증진사업 등에 사용됩니다.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담배 판매에서 적지 않은 재정을 거둬들이는 구조입니다.

● 추가 규제 가능성에 업계 긴장

담배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추가 규제입니다. 정부는 경고 그림 면적 확대, 경고 적용 대상 확대, 광고 없는 표준 담배 포장인 ‘플레인 패키징’ 도입 등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플레인 패키징은 담배 포장에서 브랜드 고유 색상과 디자인을 없애고 제품명만 표기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도입될 경우 담배 회사의 포장 마케팅은 사실상 불가능해집니다.

업계 관계자는 “담배 포장 경고 그림은 이미 소비자가 제품을 인식하는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며 “경고 수위가 더 높아지고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국내 일반 담배 시장에서 브랜드 차별화는 물론 유통 현장 관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