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항구도시들을 찾아 찾는 외국인 크루즈 여행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아래에서 각 지역별 현황을 쉽게 풀어 정리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숫자다. 올 5월 한 달 동안 한국을 찾은 크루즈 승객은 전년 같은 달보다 12.2% 늘어난 약 20만 명에 달한다. 월 단위로 20만 명을 넘긴 것은 202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는 69만 명 넘는 사람들이 크루즈를 타고 들어왔으며, 연간으로 따지면 작년 기록(160만 명)을 훌쩍 뛰어넘어 200만 명을 바라보고 있다.
예전에는 부산과 제주에 집중됐던 크루즈 발길이 지방 도시들로 퍼져 나가고 있다. 올해 전남 여수항을 찾기로 한 크루즈 배는 39번 입항 예정이며, 14만 명이 직접 여수를 경험할 것으로 보인다. 그 수치가 믿기지 않을 수 있는데, 작년까지 10년 동안 여수항에 들른 배가 27번에 3만 명이었던 점을 떠올리면, 올해 단 한 해에 그 10년 분을 훌쩍 넘는 셈이다.
강원도 속초항에도 올해 총 7차례 크루즈가 들를 예정으로, 작년 4번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지난 달 27일에는 약 1,500명의 중국 여행객을 태운 10만 톤급 국제 크루즈 ‘비지오’호가 충남 서산 대산항에 처음 도착했다. 다른 나라에서 출발한 크루즈가 대산항을 찾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이런 변화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작년 말 중국 측이 일본과의 교류 제한을 본격 시행하면서 일본 행선을 예정했던 중국발 크루즈 상당수가 한국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와 한국관광공사가 중소도시 살리기 사업을 적극 펼친 덕에 지방 항구들이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달 한국에 들어온 크루즈 승객 중 중국인이 9만 3천 명으로 절반에 가까운 45.1%를 차지했다. 그 뒤를 필리핀 2만 3천 명, 일본 2만 3천 명, 인도네시아 1만 7천 명이 이었다.
크루즈 관광객 유입이 지역 경제에 직접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여수에서 외국인이 쓴 신용카드 결제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3.8% 뛰었다. 서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는데, 크루즈가 도착한 27일 하루 동안 서산 지역 매점 올리브영 외국인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무려 154% 상승했다.
관광업계에서는 크루즈를 지방 중소도시를 깨우는 핵심 열쇠로 보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는 갈 방법도, 잘 곳도 부족해 외국 손님들이 쉽게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 많았다. 그런데 숙박 시설 없이도 대량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크루즈가 멈추는 용마루 역할을 대신하면서, 관광 활성화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크루즈에서 내려온 승객들이 항구 근처 시장과 가게를 직접 둘러보는 경우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 크루즈 관광이 지역 경제에 더 큰 도움이 되려면, 하루가 아닌 1박 2일 이상 묵는 형태의 기항을 늘리고, 선원들도 함께 내려 관광과 쇼핑을 즐기게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