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매물 급증, 그러나 거래는 성사되지 않아
7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식음료 프랜차이즈 A업체가 올해 초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등장했습니다. 돈가스 전문 B업체와 치킨 브랜드 C업체도 1년 넘게 새 소유주를 구하고 있지만 아직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업계 소식통은 “국내 프랜차이즈 사업 철수를 생각하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며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장세가 예전 같지 않고, 본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규제 부담이 커지면서 사업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디저트 브랜드, 피자와 치킨 브랜드, 갈비 전문점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차갑기만 합니다.
내수 부진과 원재료비 및 인건비 상승, 시장 포화, 각종 규제가 동시에 몰아치면서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외식업 매물은 쌓여가지만, 저렴한 커피나 유명 버거 브랜드 등 일부 가성비 위주 브랜드에만 제한적으로 투자 수요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이 인수합병 시장에 나와 있지만 거래 성사 없이 표류 중”이라며 “지난해보다 매물은 크게 늘었으나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태”라고 전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가맹점주들, “팔아도 남는 게 없어요”
프랜차이즈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특히 가맹점주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건비와 수수료 부담으로 생존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이 시급 1만 2000원으로 제시되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상위권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공개한 손익 계산을 보면 불균형의 실체가 드러납니다. 소비자가 2만 3000원짜리 후라이드 치킨 한 마리를 주문할 때, 본사가 가져가는 원재료비(생닭, 기름, 소스, 가루, 포장 박스 등)는 약 1만 1756원입니다.
배달 플랫폼이 가져가는 비용은 약 6000원입니다. 여기에 인건비와 임대료 등을 빼면 점주가 실제 손에 쥐는 이익은 알바생 시급보다도 적은 기형적 구조가 굳어진 것입니다.
이는 결국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서울에서 폐업한 커피전문점은 4542개로 개업한 3773개보다 많았고, 치킨전문점 역시 폐업이 1031개로 개업 829개를 웃돌았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서도 지난해 외식 프랜차이즈 폐점률은 13.7%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0.7%에서 시작해 5년 연속 상승세입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국 폐업 가맹점이 3만 개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본사도 흔들린다, 소송과 규제의 이중고
대형 프랜차이즈 본사 역시 사상 초유의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과거 프랜차이즈 성공 공식은 단순했습니다. 공격적인 신규 출점으로 규모를 키우고, 가맹점에 부자재를 공급하면서 발생하는 유통 마진, 즉 ‘차액가맹금’으로 본사 규모를 확대하는 모델이 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시장 포화로 신규 출점 효과가 줄어든 데다, 올 연말 시행 예정인 가맹사업법 규제와 대규모 차액가맹금 소송 확산 등 법적 리스크로 이 구조는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대형 브랜드들조차 기존 수익 모델과 운영 방식을 전면 재조정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경고등이 켜진 상황입니다.
실제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휘말렸거나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브랜드만 해도 대형 치킨 업체부터 커피, 아이스크림, 햄버거 브랜드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20여 곳을 넘어섰습니다.
제도적 압박 역시 본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해 올 연말 본격 시행을 앞둔 가맹사업법 개정안은 프랜차이즈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꿀 후폭풍으로 꼽힙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가맹점주 단체에 본부와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는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점주 단체가 공급가 인하나 마진 공개를 요구하며 집단 행동에 나설 경우 본사는 이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사라집니다.
“유통 마진에서 로열티 모델로 전환해야”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가 이 거대한 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신뢰 회복’을 꼽습니다. 본사가 점주들과 이익을 다투는 구조를 끝내지 않으면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한 대학 소비자학과 교수는 “이제는 가맹본부와 점주가 함께 수익을 키우고 나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동안 고질적 문제로 지적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투명한 유통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 연구소 이사는 “단기적인 정책자금 지원이나 대출 만기 연장 같은 임시방편으로는 고물가와 소비 침체, 규제가 얽힌 프랜차이즈 산업의 연쇄 붕괴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유통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을 일원화하고, 본사와 점주가 위험과 이익을 함께 나누는 신뢰 기반의 투명한 로열티 시스템으로 체질을 혁신해야만 프랜차이즈가 깊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