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에서 미디어아트 축제 ‘이마프’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학교 안 여러 공간에서 진행되며, 밤에도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늦은 시간까지 상영이 이어진다. 국내외 여러 작가팀이 참여해 영상과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학교의 오랜 역사와 함께 백남준의 예술 정신을 다시 살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축제의 시작에는 백남준이 있다.
이화여대는 과거 백남준을 석좌교수로 초청했고, 그는 당시 앞선 방식이던 온라인 수업 형태로 학생들에게 디지털 영상과 예술 작업을 가르쳤다. 이를 계기로 학교는 미디어아트 분야를 키우기 시작했고, 그 흐름이 이어져 지금의 국제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함께 열리는 특별전에서는 백남준의 작업 세계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전시는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널리 퍼지던 시대에 백남준이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보여준다. 그는 기계와 사람, 자연이 따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보았다. 초기 텔레비전 실험 작업부터 전자 매체를 활용한 영상 작업, 그리고 빠른 통신 시대 속에서 오래된 소통 방식까지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본 전시의 중심 주제는 기후위기다.
‘천만은죽: 기후의 시간’은 사람이 만든 기후변화가 우리 삶과 자연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물의 흐름과 순환을 바탕으로 여러 장면을 구성해, 비와 바다, 습기와 폭우처럼 익숙한 자연 현상이 이제는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생각하게 만든다.
전시 제목에 담긴 뜻도 인상적이다.
‘천만은죽’은 많은 비가 쏟아지는 모습을 은빛 대나무에 빗대어 표현한 말에서 가져왔다. 예전에는 비를 아름답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면, 오늘날의 폭우는 재난과 불안을 먼저 떠올리게 한다. 전시는 이런 변화된 감각을 통해 기후위기를 더 현실적인 문제로 느끼게 한다.
이번 행사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도 함께 소개된다.
야외 대형 스크린과 실내 공간 곳곳에서 여러 나라 작가들의 영상 작업이 상영되며, 관람객은 캠퍼스를 걸으며 자연스럽게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어렵고 무거운 설명보다, 영상을 통해 지금의 환경 문제를 몸으로 느끼게 하는 데 힘을 둔다.
결국 이번 축제는 과거와 현재를 함께 비춘다.
백남준이 남긴 실험 정신은 오늘의 미디어아트로 이어졌고, 그 위에서 작가들은 기후위기라는 시대의 문제를 새롭게 말하고 있다. 기술과 예술,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이번 행사는, 우리가 앞으로 어떤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