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처음으로 9000선을 넘어섰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제 수익 증가에 기반한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승이 과거의 거품 장세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분석한다. 실제 수익 개선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른 시장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의 신중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주가지수는 2.25% 급등하며 9000선에 안착했다. 상승을 이끈 주역은 단연 반도체 업종이다.
시가총액 1위 기업은 올해 들어 202% 상승했고, 2위 기업은 312% 올라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은 각각 2119조원, 1913조원으로 전체 시장의 54.4%를 차지한다.
이날도 차세대 메모리 샘플 공급 소식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6.51%, 4.62% 오르며 나란히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개인 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은 73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21조원을 순매도했지만, 기관이 34조원을 사들이며 국내 투자자들이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6월 들어서는 외국인도 뒤늦게 매수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최근 하루에만 외국인이 1조2000억원 넘게 순매수했으며, 닷새 중 나흘 동안 5조원 이상 사들였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반도체 집중 현상’으로 향하고 있다. 일부 대형주 집중으로 이날 상승 종목은 112개에 불과했고 하락 종목은 791개에 달했다. 코스닥 역시 3% 넘게 급락하며 1000선을 간신히 지켜냈다.
최근 상승 속도는 역사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이다. 주가지수는 닷새 연속 상승하며 누적 14.7% 올랐다. 2000년 이후 ‘닷새 연속 상승’과 ‘누적 상승률 14%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사례는 이번을 포함해 단 9차례뿐이다.
이는 IT 거품, 세계 금융위기, 팬데믹 이후 반등 국면 등 역사적 전환점에서만 나타났던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거품 초기 국면과 유사하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상황을 과거 IT 거품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본다. 전문가는 “과거에는 사업 진출 소문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했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실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는 주도주 집중이 강해질수록 상승장의 에너지가 남아 있었던 경우가 많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는 “시장에서 종목 확산이 나타나면 건강한 순환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오히려 상승 막바지 신호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다른 전문가 역시 “현재는 거품 과열이나 폭락 이후 기술적 반등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가치 매력과 수익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강세장에서 나타난 속도 문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번 상승의 배경을 보다 구조적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전문가는 “2023년 이후 인공지능은 20년 만에 다시 수요 주도 성장 국면을 만들고 있다”며 “대형 기술기업 중심의 설비투자 확대와 신용 사이클이 동시에 살아나면서 강력한 투자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금리가 내려가야 주가가 오르는 시대였다면 지금은 인공지능 투자와 기업 실적이 오히려 금리를 결정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만 바라보는 시장과는 다른 환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