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플랫폼 노동자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처럼, 법으로 보장받는 노동자의 범위 바깥에 놓인 사람들도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우선 노동자로 보고 보호를 시작하는 근로자 추정제 도입이 논의되고 있다.
이 제도의 목적은 분명하다. 임금, 퇴직금, 연차휴가, 연장·야간·휴일수당처럼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기본 권리를 더 넓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좋은 취지만으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기준이 모호하거나 설계가 거칠면, 오히려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원래 소송에서는 자기 주장에 유리한 사실을 말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노동자라고 인정받으려는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근로자성을 입증해야 했다. 법원은 이때 사용자의 지시와 감독을 받았는지, 일하는 시간과 장소가 얼마나 묶여 있었는지, 받은 돈의 성격이 임금에 가까운지, 특정 사업장에 전속돼 있었는지, 일하면서 생기는 위험을 누가 부담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왔다.
그런데 근로자 추정제는 일정 조건만 맞으면 먼저 노동자로 보고, 반대로 사용자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증명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그 기준이 분명하지 않으면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사람은 상황에 따라 노동자 지위와 프리랜서 지위를 유리하게 골라 활용하려 할 수 있고, 분쟁이 생긴 뒤 법률관계를 다시 짜 맞추려는 시도도 늘어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이른바 법률 쇼핑, 즉 자신에게 더 유리한 절차와 제도를 골라 다투는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이를 노동자를 보호하는 민사상 구제 장치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행정 감독과 완전히 따로 움직이기 어렵다. 제도가 도입되면 민사 분쟁뿐 아니라 감독 행정에도 영향을 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손해배상 문제를 넘어 형사책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법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책은 무조건 넓게 적용하는 방식보다, 문제가 뚜렷한 영역을 먼저 가려서 적용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다. 대표적으로 겉으로는 개인사업자 계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사용자의 지시와 통제를 받는 이른바 가짜 3.3 계약 같은 사례가 있다. 이런 영역부터 집중적으로 다루면, 보호가 꼭 필요한 사람을 더 정확하게 도울 수 있다.
반대로 모든 노동관계를 한꺼번에 같은 기준으로 묶어 규제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는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는 영역까지 줄어들면서 도급계약의 공간이 좁아지고, 시장의 다양성과 일자리 구조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호가 필요한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구분하는 정밀한 접근이 중요하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자주 비교되는 벨기에의 플랫폼 관련 제도는 처음부터 모든 분야에 일괄 적용하지 않았다. 특정 업종부터 시작한 뒤 노동시장 상황을 살피고, 결과를 보면서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완성도다.
결국 근로자 추정제는 보호와 유연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제도가 모호하거나 지나치면 노동시장 질서를 흔들 수 있다.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어디에 어떻게 적용할지 분명히 나눈 세밀한 제도 설계가 먼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