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속에서도 통화 가치는 계속 추락
왜 원화와 엔화가 같이 약해질까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가 요즘 비슷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두 나라 모두 무역을 통한 흑자가 큰 편이지만, 그럼에도 통화 가치만은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공통된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미국과의 이자율 차이 때문입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경제 성장률이 높고 기준금리도 계속 높게 유지하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그 결과 원화와 엔화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 계획도 영향을 줍니다. 일본과 한국이 미국에 큰 투자를 약속하면서 달러가 다시 강해지는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셋째, 두 나라 모두 중동에서 들여오는 석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원유 수입의 90% 이상을, 한국도 약 70%를 중동에서 사 오는데요. 중동 지역이 불안해지면 원유 가격이 오르고, 이것이 다시 두 나라의 물가와 환율에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해외로 빠져나가는 가계 돈
또 한 가지 공통점은 개인 자금이 점점 해외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본은 소액투자 비과세 제도를 통해 국민들이 해외 주식에 쉽게 투자하도록 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미국을 포함한 해외 증시에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 결과로 원화와 엔화는 해외로 나가는 돈 때문에 같은 방향으로 약해지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약세장일수록 두 통화가 함께 움직이는 현상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엔화의 전망, 그리고 원화는 달라질 수도
엔화는 가까운 시일 안에 강세로 돌아돌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일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렸지만 아직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도 엔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반면 원화는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최근 원화 폭락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가 큰 영향을 주었는데, 최근 외국인 매도 물량이 한풀 꺾이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반도체 호황 덕분에 경제 성장률이 다시 살아나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도 있어서 하반기에는 원화 약세가 한 숨 돌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글로벌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나빠지면 환율이 다시 1달러당 1600원대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어, 앞으로의 흐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두 나라 통화의 운명은 앞으로의 성장률 회복 속도와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어떻게 좁혀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