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선관위, 예산 받고도 투표용지 10% 덜 만들었다

 

예산은 110% 확보했지만 실제 제작은 100%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면서 투표용지 제작 예산을 전체 유권자 수의 110% 수준으로 마련해두고도, 정작 실제로 만든 투표용지는 그보다 10% 적은 10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전투표 용지에 집중, 본투표 용지는 부족

더욱이 만들어진 용지도 사전투표용에 집중되어 있고, 본투표용 인쇄량은 오히려 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 분석

취재 결과, 선관위는 올해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 관련 예산을 전체 유권자 수(4464만 9908명)의 110% 규모로 편성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쇄된 투표용지 물량은 사전투표와 본투표를 합쳐도 10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지난해 11월 선관위는 사전투표용 용지를 총 18만 롤 주문했습니다. 약 17억 6700만 원 규모입니다. 관내 유권자 기준으로 한 롤당 104명이 투표할 수 있는데, 이를 계산하면 약 1872만 명이 투표 가능한 양입니다. 전체 유권자의 41.9%에 해당합니다.

나머지는 본투표 용지로 제작했지만, 전체 투표용지의 6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인쇄한 본투표용지는 총 2570만 5200명 분으로, 유권자 수의 57.5% 수준입니다. 본투표용지와 사전투표용 롤지를 합쳐도 유권자 수의 약 100% 정도입니다.

실제 투표 현황과 불일치

문제는 실제 투표자 중 본투표 비율이 61.2%로 사전투표(우편 포함 38.7%)를 크게 웃돌았다는 점입니다. 역대 지방선거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했음에도 실제 투표 참여는 여전히 본투표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선관위가 사전투표 확대 추세에만 무게를 두면서 본투표 수요와 지역별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선관위의 해명

중앙선관위는 유권자 수의 11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 인쇄 예산을 확보하고도 실제 제작 물량을 줄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남은 투표용지가 너무 많이 발생할 경우 부정선거 논란 등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지침을 개정해 인쇄 비율을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본투표용지 최소 확보 기준 하향

지난해 말 중앙선관위가 지역 선관위별 본투표용지 최소 인쇄 기준을 기존 유권자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점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지역별 최소 확보 기준이 낮아지면서 용지 운용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처음 보고된 송파구의 경우 최종적으로 4만 2747매의 본투표용지가 남았음에도 일부 투표소에서 용지 부족 현상을 겪었습니다. 전체 투표용지 물량이 줄어든 만큼 적시에 부족한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공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선관위는 투표용지 인쇄소 확보와 검사 및 관리의 어려움, 과도한 투표용지 인쇄에 따른 부정선거 의혹 제기 가능성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복합적 원인 분석

정치권에서는 이번 투표용지 부실 사태의 원인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 전체 투표용지 제작 축소
  • 사전투표 물량 편중
  • 본투표용지 최소 확보 비율 하향
  • 부실한 의사결정 절차
부실한 의사결정 절차 논란

실제 투표용지 인쇄 물량을 줄이는 과정에서도 지역 선관위들이 충분한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정황이 확인되면서 의사결정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울지역 25개 구 선거관리위원회의 ‘투표용지 인쇄매수 축소 결정안’을 전수조사한 결과 송파구와 광진구 선관위가 위원회 회의를 개최하지 않은 채 서면 의결 방식으로 투표용지 인쇄매수 축소 안건을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관련 지침에는 “최근 선거에서의 투표율 등을 고려할 때 인쇄매수를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구·시·군위원회 의결로 인쇄매수를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선관위는 정식 회의 대신 서면 의결로 안건을 처리했고, 이에 따라 회의록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전문가 의견: 구조적 문제 해결 필요

정치권에서는 예산 편성부터 물량 산정, 지역별 배분까지 수개월에 걸친 과정에서 위험 신호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선관위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법학 전문가는 “선관위원장을 비롯한 최고 결정권자인 중앙선관위원들이 비상임이다 보니 선관위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운영이 방만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상임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선거 업무는 상시적으로 이뤄지는 업무가 아니라 많아야 1년에 한 번 정도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지난 선거에서 발생했던 문제들이 조직 내에서 쉽게 잊히는 경향이 있다”며 “선거철 투입되는 지방공무원들에 대한 선거관리 교육도 하루짜리 교육에 그칠 것이 아니라 최소 일주일 이상 체계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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