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업계의 이중 모습, 심화되는 양극화
국내 화장품 재고를 전문으로 처리하는 한 업체의 지난달 해외 판매량이 3톤에 달했습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3배나 증가한 수치입니다.
화장품과 여성복 재고를 주로 다루는 이 업체는 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여러 경로에서 팔리지 않은 상품을 확보하는데, 올해 들어 뷰티 제품 재고가 급격히 늘어난 상황입니다.
“국내에서는 공동구매 사이트나 문을 닫은 쇼핑몰을 통해 재고를 처리하지만, 구매자가 적고 시장 규모도 작아 소진이 쉽지 않습니다. 해외 거래처에 저가로 판매하는데, 이들이 아니면 재고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글로벌 인기 뒤편의 그림자
한국 뷰티 제품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며 수출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과도한 생산으로 인한 저가 처리 물량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화장품 제조부터 판매까지 완성도 높은 창업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화장품 사업 시작이 비교적 쉬운 편입니다. 그러나 소규모 업체들이 너무 많아지면서 산업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쉬운 창업, 어려운 생존
대학생 때부터 뷰티 영상을 올리던 한 유튜버는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국내 제조 전문 기업에 의뢰해 보습크림, 세럼, 립스틱 등 기본 제품 라인을 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구독자들에게 ‘직접 만든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고, 호기심에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한 번만 구매하고 재구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재고가 쌓였고, 결국 사업을 접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나도 브랜드 하나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성분이나 가격이 비슷한 제품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명확한 타깃 고객층과 차별화 요소가 없으니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웠습니다.”
한 뷰티 산업 전문 교수는 “뷰티 산업의 화려한 면만 보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패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최근에는 뷰티 산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주문 제작 업체에 맡겨 빠르게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는데, 이렇게 쉽게 뛰어드니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늘어나는 화장품 가게 폐업
화장품 매장 폐업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화장품 소매점 수는 1만 6천여 곳으로, 2020년 4월 2만 2천여 곳에 비해 28%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9천억 원에서 7천억 원으로 17% 줄었고, 거래 건수도 3천3백만 건에서 2천2백만 건으로 33% 감소했습니다.
한 화장품 과학 교수는 “주요 판매 플랫폼에 입점하지 못한 브랜드는 소비자와의 접점이 약해 인지도 확보가 쉽지 않다”며 “오프라인 매장은 체험 공간 역할만 하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매장 운영이 어렵다”고 했습니다.
해결 방안은?
“중소 화장품 업체의 재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수요 예측, 스마트 공급망 구축, 소량 생산 시스템 등 디지털 전환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단순한 수출 확대보다 독자 기술과 브랜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글로벌 브랜딩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수출은 역대 최고 기록
전 세계적으로 한국 뷰티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올해 1분기 화장품 수출액은 31억 3천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증가한 수치입니다.
한국 뷰티 수출은 최근 3년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간 수출액은 2021년 91억 8천만 달러에서 2022년 79억 5천만 달러로 잠시 감소했지만, 2023년 84억 6천만 달러로 회복했습니다.
이어 2024년에는 101억 8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114억 3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