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 포인트 ]
삼성전자가 미국 증시에 미국예탁증서(ADR)를 상장하는 방안에 대해 사실상 선을 그었다는 소식이다.
세계 곳곳의 투자자들과 일부 주주들은 미국 시장 접근성을 넓히고 회사의 가치에 대한 재평가를 끌어내기 위해 ADR 상장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삼성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미국 공시 체계 유지에 따르는 비용과 미국 증권법에 따른 집단소송 위험을 걱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상장 유보 배경 ]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세계적인 투자은행들과 미국 증시 ADR 상장 가능성에 대한 초기 검토를 진행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삼성전자에 ADR 상장을 제안했고, 이 제안에 관한 기초적인 논의가 이뤄졌으나 삼성전자가 발행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가 미국 상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충분한 자체 투자 자금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과 단기 금융상품을 합친 현금성 자산이 약 147조 원에 이른다. 올해 1분기 기준 약 54조 원 수준인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삼성전자의 자금 여력은 한 단계 높다는 평가다.
특히 ADR 상장을 위해 새 주식을 발행할 경우 기존 주주 지분이 줄어드는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자체 자금이 충분한 만큼 지분 희석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 미국 공시·소송 부담 ]
삼성전자가 미국 증시에 ADR을 상장하면 미국 법 체계 안에 들어가게 된다. 일종의 외국 민간 발행인으로 분류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정기 공시 체계에 편입되면 매년 Form 20-F를 제출해야 하고, Form 6-K를 통해 주요 정보를 신속하게 미국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가장 큰 부담은 미국식 증권 소송 위험이다. 미래 실적 전망과 실제 결과가 크게 다르거나 중요한 사업 위험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미국 투자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사베인스·옥슬리법에 따라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연차보고서의 내용의 정확성을 직접 인증해야 하는 의무도 따른다.
이에 따라 소송 위험을 우려한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제품 결함·지배구조 부담 ]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다양한 소비자 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26%의 점유율을 기록했고, TV 시장에서도 출하량 기준 20%대 점유율로 업계 1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제품 결함이나 개인정보 보호 등 소비자 집단소송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SK하이닉스보다 크다는 분석이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모바일, 가전 등 여러 사업을 운영하는 동시에 삼성물산·삼성생명 등 다양한 계열사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어 SK하이닉스 대비 설명 부담이 더 크다.
[ 업계 평가 ]
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 ADR 상장 시 SEC 공시와 내부통제, 증권소송에 대응하는 비용이 늘 발생하는데, 삼성전자로서는 이같은 비용과 위험을 감수할 만큼 미국 상장의 이득이 분명하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