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금리 상승이 장기화되면서 월세와 식비,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자 소득이 낮은 가구의 소비 능력은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반면 복권 구매 같은 ‘경기 침체형 소비’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먹거리와 주거 관련 비용, 금융 지출 등 꼭 필요한 항목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술과 담배 같은 기호 상품 소비는 감소했지만, 복권 지출은 크게 상승했습니다.
최근 증시 호황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여유가 없는 저소득 가구는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복권 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복권 지출 60.8% 급등…경기 침체형 소비 확대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득 최하위 20% 가구의 복권 지출은 월평균 42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8% 증가했습니다.
같은 시기 소득 중위권 가구(3분위)의 복권 지출은 855원으로 15.4% 줄었고, 상위권 가구(5분위)도 745원으로 21.2% 감소했습니다. 복권 구매 증가가 전체 계층이 아닌 저소득층에 집중되어 있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자들은 외식이나 여가 활동 같은 일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적은 돈으로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복권 구매를 늘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필수 지출만으로도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선택 가능한 소비는 줄어들고 있습니다. 최하위 소득 가구의 술 소비는 6,974원으로 전년 대비 9.0% 감소했고, 담배 지출도 14,843원으로 11.8% 줄었습니다.
식비와 주거비, 금융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기호품 소비를 줄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식비·월세·이자 부담 증가…적자 규모 2019년 이후 최대치
이러한 불황형 소비 배경에는 악화된 가계 상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질 기준 최하위 소득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98만 8,21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가계 지출은 142만 6,387원으로 4.9% 늘었고, 소비 지출도 123만 510원으로 5.1% 증가하며 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세부 항목을 보면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지출은 23만 8,614원으로 3.3% 증가했습니다. 실제 주거비는 11만 4,509원으로 6.6% 늘었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에 따른 이자 비용은 2만 4,339원으로 23.9%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하위 소득 가구의 올해 1분기 적자액은 43만 8,174원으로 201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의 부담이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자산 시장에서 소외되며 복권으로 희망 찾기”
전문가들은 물가와 금리 상승 영향으로 필수 지출 부담이 커지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복권에 대한 기대 심리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대학 교수는 “술과 담배까지 줄이면서도 복권을 구입하는 것은 현재 생활이 힘들더라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으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며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기대를 유지하기 위한 소비 행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자산 시장 양극화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최근 주가지수가 크게 상승하며 투자 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 여력이 부족한 저소득층은 이러한 흐름에 참여하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소액으로 접근할 수 있는 복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대학 교수는 “최근 증시 호황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관련 주식 등은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주식 시장에 참여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이를 대신할 수단으로 복권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