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인기 동력기관, 자립 기술 첫발을 내딘 K엔진의 등장

경남 창원의 항공엔진 생산거점으로 알려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을 방문했다. 거대한 시험동 천장 아래에는 사람 키보다 더 큰 전투기 엔진이 묶여 있었고, 주변에는 추력·진동·온도를 측정하는 정밀 계측 장비들이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곳은 조립이 끝난 엔진의 성능과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엔진테스트셀로, 실제 비행 환경과 비슷한 조건에서 검증을 거친다. 내부 온도가 1500도까지 치솟는 극한 환경 속에서 단계별 시험이 반복적으로 진행된다.

생산기술팀 관계자는 “엔진 시운전은 회사 내부에서 약 10시간 동안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며, 최대 출력시험은 엔진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 번에 3분 내외로 제한하고 이를 여러 차례 반복해 성능을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항공엔진은 기계공학의 꽃이라 불릴 만큼 높은 정밀도와 극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분야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체, 비행제어, 임무장비 등에서 자립 기반을 쌓아왔지만, 항공기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 분야는 해외 기술에 의존해 왔다. 이번에 개발된 무인기용 항공엔진은 수천 시간 이상 운용 가능한 장수명 엔진 시제로, 미래 무인기와 차세대 전투기 엔진 자립의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원1사업장은 항공엔진 설계·제작·성능 시험을 한곳에서 수행하는 국내 유일의 원스톱 생산기지다. 특히 지난해 증축을 마치고 올해 4월 본격 가동에 들어간 항공엔진 신공장은 조립 공간만 약 2400평, 자동화 보관창고는 약 2500평 규모로 조성되어 있다. 시험동을 나와 스마트엔진가공공장으로 이동하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주황색 무인운반차가 공구와 부품을 싣고 정해진 동선을 따라 끊임없이来往했으며, 공구 자동창고와 자동 공구교환 시스템, 바닥 아래 컨베이어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움직였다. 작업자가 퇴근한 뒤에도 생산라인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엔진생산팀 차장은 “공구 자동창고가 약 2000개의 공구를 관리하면서 필요한 공구를 장비에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가공이 끝난 핵심 부품은 스마트엔진조립공장으로 옮겨져 비로소 하나의 엔진으로 완성된다. 생산라인에서는 KF-21용 F414 엔진과 FA-50용 F404 엔진이 조립 중이었다. 작업자가 사용하는 디지털 토크렌치는 조임 강도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기준값을 벗어나면 즉시 작업을 멈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미세한 오차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항공엔진의 특성을 데이터 기반으로 구현한 것이다.

신공장은 회사가 내세우는 ‘설계-제작-시험’ 전주기 역량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창원1사업장에서는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국산 장수명 항공엔진 초도시제 지상시험 착수식’을 열고,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무인기용 항공엔진 2종을 공개했다. 저피탐 무인편대기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프롭 엔진이 바로 그것이다.

저피탐 무인편대기는 KF-21과 연계해 정찰·전자전·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차세대 무인항공체계이며, 중고도 무인기는 장시간 비행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감시·정찰하는 핵심 전력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미사일 등 단수명 항공엔진 개발에는 성공했지만, 수천 시간 이상 운용하는 장수명 항공엔진 시제가 완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개된 두 엔진은 현재 조립을 마치고 지상 시운전 단계에 있다.

이번 시제 개발을 통해 국내 유일의 항공엔진 설계·제조·시험 전주기 역량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핵심 부품 가공부터 엔진 조립, 성능 시험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 엔진 창정비를 시작으로 47년간 1만 대 이상의 항공엔진을 생산해 온 노하우가 담겨 있다. 최근 10년 동안 항공엔진 분야에만 약 1조8000억원이 투자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항공엔진은 항공기 성능과 작전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자 방산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일부 국가만 독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미사일기술통제체제, 국제무기거래규정, 수출관리규정 등으로 기술 이전도 엄격히 통제된다. 국산 엔진을 확보하면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물론 정비, 성능 개량, 항공기 수출까지 보다 자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이번 무인기 엔진 시제를 시작으로 1만파운드급 터보팬 엔진, KF-21을 포함한 차세대 전투기용 2만4000파운드급 첨단항공엔진 개발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복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