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을 엮다’ 전시는 철사와 구슬, 실크 같은 재료로 옷의 형태를 새롭게 보여주는 작업이다.
작가는 천을 가득 채워 옷을 만드는 대신, 철사 구조를 바탕으로 비어 있는 공간 자체가 보이도록 표현했다. 이 비어 있음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여러 의미와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자리로 이어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버려지고 남은 재료를 다시 살린 방식도 눈에 띈다.
한복을 만들고 남은 천 조각, 반짝이는 구슬, 폐플라스틱까지 작품의 일부가 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 여기에 얇고 부드러운 실크, 누에고치 같은 재료가 더해지면서 익숙한 옷감이 공간을 채우는 조형 언어로 바뀌었다.
작품은 마치 빛과 공기 사이에 가볍게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설명이 없어도 관람객이 바로 시선을 빼앗길 만큼 아름다움이 강하고, 검은 반사면이나 어두운 공간과 만나면 그림자까지 하나의 장면처럼 살아난다. 특히 새하얀 드레스 형태의 작업은 밝음과 어둠이 함께 어우러지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전시는 공간에 따라 흐름이 다르게 이어진다.
아래층에서는 물고기와 물방울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이 자연빛과 만나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고, 원형 계단 주변에서는 움직임과 흐름이 살아 있는 의상 작업이 시선을 끈다. 위층 전시 공간에서는 드레스 형태의 작품들이 어두운 배경 위에 놓여, 형태와 그림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여준다.
작가는 한복이 가진 아름다움의 중심을 흔들림과 떨림에서 찾는다.
서양 복식이 장식을 단단히 붙이고 고정하는 데 가까웠다면, 우리 옷은 바람과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흔들리며 멋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주 작은 호흡에도 미세하게 반응하는 선과 결이 생명력으로 이어지고, 그 감각이 오늘의 문화적 매력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고 본다.
이 전시가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은 없지만 옷의 형상은 분명히 존재하고, 비어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상상을 부른다. 관람객은 그 안에 자신을 겹쳐 보며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게 되고, 손으로 오랜 시간 정성껏 엮어 만든 결과물에서 깊은 몰입과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결국 이 전시는 옷을 보여주는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
전통 직물과 한복의 감각이 현대 예술로 넓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실크와 공간, 빛과 그림자가 만나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내는 경험으로 이어진다.
전시기간: 2026년 5월 5일 ~ 9월 27일
장소 : 진주실크박물관
작가: 금기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