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처음으로 7천억달러를 넘겼다. 이와 함께 수출대금을 원화로 받는 비중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특히 자동차와 반도체 장비 판매가 좋았던 점이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2025년 결제통화별 수출입’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출대금 결제 비중은 미국 달러가 84.2퍼센트로 가장 컸고, 이어 유로화 5.9퍼센트, 원화 3.4퍼센트, 엔화 1.9퍼센트, 위안화 1.3퍼센트 순이었다. 이 가운데 원화만 전년보다 0.8퍼센트포인트 늘어 증가폭이 가장 눈에 띄었다. 반대로 미국 달러는 0.3퍼센트포인트 줄었고, 유로화와 엔화는 각각 0.2퍼센트포인트, 위안화도 0.2퍼센트포인트 내려갔다.
보통 수출 결제는 미국 달러 비중이 80퍼센트대를 유지하는데, 지난해에는 흐름이 조금 달랐다. 미국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대미 수출이 다소 줄었고, 국제유가도 내려가면서 달러 결제 비중이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원화 결제는 반도체 장비와 자동차 수출이 늘면서 비중이 커졌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원화로 무역대금을 주고받는 범위가 조금씩 넓어지고 있어, 앞으로 국제 거래에서 원화의 쓰임새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원화의 무역 결제 기반이 점차 넓어지고 있고, 꾸준히 상승 흐름을 보이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수입 쪽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수입대금 결제 비중은 미국 달러 79.3퍼센트, 원화 6.6퍼센트, 유로화 6.0퍼센트, 엔화 4.0퍼센트, 위안화 3.2퍼센트로 집계됐다. 여기서는 미국 달러만 전년보다 1.1퍼센트포인트 줄었다. 에너지와 원자재처럼 주로 달러로 결제하는 품목의 수입이 1.3퍼센트 감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하락도 함께 작용했다. 배럴당 연평균 원유 도입 단가는 2024년 82.9달러에서 지난해 73.2달러로 11.7퍼센트 낮아졌다. 유가가 떨어지면 같은 양을 들여와도 달러 결제 규모가 줄 수 있어, 달러 비중 하락에 영향을 준다.
한편 위안화로 결제한 수입 비중은 1년 전보다 0.1퍼센트포인트 늘어나며 7년 연속 증가했고,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계류와 정밀기기, 광물, 가전제품 등의 위안화 결제 수입이 전년보다 2.6퍼센트 늘어난 결과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 무역 결제에서는 달러 의존도가 조금 낮아지고, 원화와 위안화의 활용 폭은 넓어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