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청년·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주택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낮은 소득·자산 기준 요건으로 인해 여전히 문턱을 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공분양 역시 일괄적인 대출 제한에 막혀 자산이 부족한 청년들이 접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높 다.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신호를 강력히 주는 동시에 주택공급이 실제로 되기 전까지는 청년에 한해 저금리 상품을 마련하는 등 대출 문턱을 낮춰 주거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주택 매매가격과 전월세값이 모두 오르는 ‘트리플 강세’가 지속되면서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3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전용면적 40㎡ 미만의 서울 소형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1년 새 17.1% 상승했고, 월세지수도 같은 기간 8.7포인트 넘게 올랐다.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올해 공공임대주택을 15만 2000호 규모로 공급하고, 이 중 청년 몫으로 3만 5000호를 배정했으나 당장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LH·SH가 운영하는 청년 임대주택은 크게 건설형인 행복주택, 매입임대, 전세임대 세 가지로 나뉜다. 최근 3년간 이들 유형으로 공급된 청년 임대주택은 총 5만 8985호다.
유형별로 보면 매입임대는 계약체결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총 1만 8773호가 공급됐는데, 매년 소폭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전세임대는 같은 기간 2만7900호가 공급돼 세 유형 중 물량이 가장 많았지만 총 공급물량 중 수급자·한부모 등 취약계층에 우선 배정한 뒤 청년·신혼부부에는 후순위로 물량이 돌아가는 구조여서 실제 체감 공급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행복주택은 해당연도 최초 입주자모집 물량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총 1만 2312호가 공급됐다. 문제는 이같은 임대주택에 입주하려고 해도 문턱을 넘기 어려운 청년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청년 임대주택 대부분은 해당 가구 월평균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가구당 월평균소득의 100~120% 이하일 것을 요구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청년들은 해당 기준을 넘겨 지원 자체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소득이 낮을수록 지원 폭이 넓어지는 구조가 저소득층 보호라는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서울 집값 자체가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중간 소득 이상 청년들은 임대주택에 입주하기도 힘들고, 시세대로 집을 사는 것도 쉽지 않다. 보증 강화와 공사비 인상 등으로 임대주택 공급마저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서울시가 역세권을 중심으로 추진해온 청년안심주택은 누적 공급량이 3만가구를 넘어섰지만 2024년부터 올해년까지 착공 물량은 17개 사업장 4482가구에 그쳤고 올해는 신규 인허가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요건 강화와 공사비 상승으로 민간사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하면서 공급 계획과 실제 착공 사이 간극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괄적인 대출 규제에 자금 조달 문턱도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은 이달 10일부터 전국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기존 6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축소했다. 신한은행은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일시 중단했고, 하나은행·농협은행 등도 모기지 보험 가입을 제한하며 사실상 대출 한도를 줄이고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브리핑에서 “전월세 부담으로 집을 사야겠다는 절박함이 있는데 6억 원이라는 한도 때문에 못 산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청년 대출 한도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대출 규제가 청년층의 내 집 마련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공급 정책은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특례 대출을 확대하는 등 정책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행되고, 규제지역 내 실거주 의무로 인해 임대 목적의 주택 매입이 사실상 막히면서 서민과 청년층 등 주거취약계층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주택시장 안정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청년 세대가 거주하는 주거지마다 월세 수준 등을 감안해 시중 월세 금리보다 훨씬 저렴하게 자금을 빌릴 수 있는 대출 상품이 필요하다”며 “동시에 낡은 오피스텔 등 기존 주거 공간을 청년들이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임대인의 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청년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비아파트의 경우 다주택자 규제에서 제외해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현행 주택바우처제도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