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호텔 숙박 수용력 한계 드러나…노후화된 모텔과 신축 생숙까지 임대 수익형 부동산으로 편입 확대


외국인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빠르게 늘면서 도심 숙박시설이 새로운 수익형 부동산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방한 외래 관광객이 역대 최대인 1893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 한 달 이른 지난달 20일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외래 관광객 2000만 명 시대’가 가까워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라진 숙박시설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못해 객실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서울에서는 2019년부터 4년 동안 숙박시설 748곳이 폐업한 반면 이후 올해 6월까지 새로 영업을 시작한 시설은 362곳에 머물렀다. 폐업 시설 가운데 73%는 여관과 모텔 등 저가형 숙박업소였다.

합리적인 가격대의 숙소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수용할 중저가 객실 공급은 크게 부족한 셈이다.

공급 공백이 길어지자 투자자들도 숙박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낡은 호텔과 모텔을 매입해 새 단장하는 리모델링 투자부터 공유숙박인 에어비앤비, 생활형숙박시설까지 투자 대상이 다양해졌다. 객실 운영 수익과 부동산 가치 상승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심 숙박업이 유망 수익형 상품으로 주목받는 분위기다.

관광 수요 회복에 객실 수익 급등…노후 숙박시설 매입 활기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새로 문을 연 숙박시설은 152곳으로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폐업한 곳은 18곳으로 순증가 규모는 134곳이다. 지난해 전체 순증가가 61곳으로 개업 101곳, 폐업 40곳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6개월 만에 지난해 연간 증가분의 두 배를 웃돌았다.

새 숙박시설은 외국인과 젊은 관광객이 많이 찾는 도심 관광권에 몰렸다. 경복궁과 창경궁 등이 가까운 종로구에서 58곳, 명동이 위치한 중구에서 46곳이 개업했다. 두 지역의 비중은 서울 전체의 68.4%에 달한다. 홍대 상권이 있는 마포구가 14곳으로 뒤를 이었고 강남구 9곳, 성수동이 속한 성동구 6곳 순이었다.

부산에서도 같은 기간 숙박시설 78곳이 영업을 시작했다. 부산역 주변 구도심인 동구·중구·부산진구에서는 각각 15~18곳이 개업했다. 광안리와 해운대 해변에 인접한 수영구와 해운대구에서도 각각 16곳과 11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업계에서는 도심 체류형 관광 수요에 비해 객실 공급이 부족한 데다 평균객실단가(ADR)와 수익성까지 높아진 결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호텔의 가용 객실당 수익(RevPAR)은 20만 7300원대로 추산됐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고점을 기록한 2019년의 12만 4305원보다 약 67%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설 경쟁력을 잃은 모텔이나 소형 호텔을 저가에 매입한 뒤 최신 감각에 맞게 고치는 투자 방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 노후 상가나 근린생활시설, 업무용 빌딩을 숙박시설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젊은 고객이 선호하는 디자인을 적용해 객실 매출을 높이는 동시에 건물 자체의 자산가치 상승까지 추구하는 방식이다.

한 숙박업소 전문 중개업체 관계자는 “도심 체류형 관광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교통·상권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서울의 좋은 입지에서 신축 호텔을 짓는 일은 매우 어렵다”며 “낡은 시설로 경쟁력을 잃은 모텔이나 공실이 많은 근린생활시설 등을 사들여 용도를 변경하고 리모델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서울 도심의 소형 호텔 등은 가격이 벌써 두 배씩 오른 곳도 적지 않아 투자 전 수익률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중구와 종로구 등에서는 40억~50억 원 수준이던 중소형 모텔이 매각된 뒤 리모델링을 거쳐 불과 1년 만에 70억~90억 원대 매물로 재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익률을 더 높이려는 투자자들은 부산과 강원 등 비수도권 시장으로도 관심을 넓히고 있다. 산업단지 또는 관광지가 자리한 지역을 중심으로 숙박 수요가 살아나는 가운데 지방 중소형 모텔은 여전히 10억~20억 원대 매물이 많아서다.

초기 투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 운영 효율을 높이면 연 10% 이상의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젊은 투자자의 문의도 증가하고 있다. 매입·공사·운영 한꺼번에…숙박 전문 솔루션 확대 숙박업 투자를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운영과 관리 부담이다.

장기 임대 상품과 달리 호텔과 호스텔은 객실 청소, 예약 관리, 고객 응대가 매일 필요한 노동 집약적 사업이다. 건물을 사들이더라도 직접 숙박업소를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부동산 매입부터 시설 리모델링, 운영·관리까지 일괄 수행하는 숙박 솔루션 업체가 등장하면서 초보 투자자의 진입 부담도 낮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더휴식은 시공을 담당하는 스페이스플래닝과 운영·정보기술(IT) 계열사를 두고 있다. 저평가된 중소형 숙박 자산을 발굴해 ‘콘텐츠 호텔’로 재구성한 뒤 위탁 운영까지 맡아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구조다. 더휴식은 인사동과 안국역·창덕궁에 가까운 입지에도 낙후된 시설 탓에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던 숙박시설을 인수해 웰니스 호텔로 바꿨다. 스파와 다도 시설 등을 추가한 결과 월 매출은 종전보다 두 배 높은 1억 8000만 원 이상으로 늘었다. 강남과 홍대 등 주요 상업지역에 선보인 웰니스 호스텔 브랜드 ‘루프 서울’은 다인실과 캡슐호텔을 결합해 여러 유형의 여행객을 겨냥했다.

노후 상업용 건물을 숙박시설로 용도 변경한 사례로, 현재 일부 지점은 매입 당시보다 자산가치가 약 48% 상승했다. 이재경 더휴식 비즈니스 부문 대표는 “건물 용도 변경은 지방자치단체마다 법적 규제가 다르거나 인허가 절차가 복잡해 전문 지식이 부족한 개인이 진행할 경우 건축법·소방법 등에 따른 추가 설계 등으로 예상치 못한 공사비가 발생하기도 한다”며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빌리는 것이 오히려 시간·비용을 단축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형 숙박시설 위탁 운영 전문기업 지냄은 인공지능(AI) 기반 숙박 통합 운영 플랫폼 ‘프론트엑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약과 요금 관리, 무인 체크인, 정산은 물론 비대면 관제와 24시간 고객 응대까지 하나의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점주가 심야 시간까지 현장에 머물지 않아도 돼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외국인 이용자를 위한 여권 스캐너 성인 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고 다국어 기능도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대행 수수료와 위탁 조건만 놓고 보면 직접 운영이 최종 수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인력 고용과 운영 편의성을 고려하면 전문 업체에 일정 비용을 지급하는 선택이 중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일 가능성도 있는 만큼 사업 조건을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방 하나부터 생숙 객실까지…소액 투자 규제도 완화 호텔 건물 전체를 매입하기 어려운 소액 투자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의 방을 외국인에게 단기 임대하는 에어비앤비나 생활형숙박시설을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관련 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투자 진입 문턱도 이전보다 낮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0월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지침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준공 후 30년이 지난 노후 주택도 건축사나 안전진단 전문기관, 건축기술사 등 전문가의 안전성 검증을 받으면 도시민박업 등록이 가능해졌다. 과거에는 철근콘크리트 건물은 30년, 그 밖의 건물은 20년이 지나면 ‘노후·불량’ 판정을 받아 등록할 수 없었다. 호스트의 외국어 능력 관련 요건도 완화됐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만큼 종전에는 인허가 과정에서 집주인의 외국어 능력을 확인했지만, 현재는 통역 애플리케이션이나 QR코드 안내판 등으로 대신할 수 있다.

규제가 완화됐다고 모든 부동산을 공유숙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유숙박은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과 아파트 등 주택에서만 허용된다. 오피스텔이나 원룸, 근린생활시설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할 수 없다. 내국인 고객을 받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도시민박업을 통해 내국인에게 합법적으로 숙박을 제공하려면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은 ‘위홈’ 플랫폼을 이용해야 한다. 위홈에서 내국인 특례를 신청하면 연간 최대 180일까지 내국인 게스트를 받을 수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요건도 지켜야 한다. 본인이 실제 거주하는 주택의 일부만 빌려줄 수 있으며 집 전체를 숙박객에게 제공하고 소유자가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독채 숙박업을 하려면 농어촌 지역에서는 농어촌민박업, 한옥에서는 한옥체험업으로 등록해야 한다. 도시 지역이라면 일반숙박업이나 생활형숙박시설을 검토해야 한다. 생활형숙박시설은 호실별 개별 등기가 가능한 분양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는 통상 1~2개 객실을 보유하지만 숙박업 신고 기준이 30실 이상이어서 그동안 단독 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수분양자들이 객실 30개를 모으거나 위탁 운영사에 맡겨야만 숙박업을 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초 객실 한 개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숙박업 신고가 가능하도록 특례를 부여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 서울·부산·강원·경기 지역의 500객실을 대상으로 48개월간 임시 운영하는 실증 사업으로, 올해 5월 숙박업 플랫폼 미스터멘션이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현재 개별 생활형숙박시설 소유자가 단독으로 숙박업을 할 수 있는 대상은 부산 해운대와 중구, 경기 이천시, 강원 양양군 등 일부 단지에 한정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생활형숙박시설을 바라보는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명동이나 남산 근처의 생활형숙박시설 상당수가 중소 브랜드 호텔 등이 위탁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객실 운영률이 높아지면서 월 200만~3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리는 소유주가 많아졌다”며 “생활형숙박시설 매수를 묻는 투자자들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