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빚투’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급증이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가 상승기에 차입 투자와 레버리지 상품으로 자금이 몰린 상황에서 가격 조정이 발생하면 반대매매와 ETF 리밸런싱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을 거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이후 주식시장 상승세를 타고 레버리지 투자가 크게 확대됐다고 밝혔다.
투자 목적으로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융자·신용미수 잔액은 5월 말 39조 4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 들어서만 11조 2000억 원 늘어 지난해 전체 증가분인 10조 5000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레버리지 ETF 순자산 총액도 지난해 말 12조 8000억 원에서 올해 5월 35조 4000억 원으로 176.6% 급증했다. 두 항목을 합친 주식시장 레버리지 투자 규모는 74조 8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 41조 원에서 5개월 만에 82.4% 늘었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증가폭이 커진 가계 기타대출의 상당 부분도 주식시장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문제는 레버리지 투자가 하락장에서 낙폭을 키우는 가속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한 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 대출 원금을 회수한다. 이른바 반대매매다. 레버리지 ETF도 매일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기초자산과 선물 등을 사고파는 일일 리밸런싱을 한다.
주가가 오르면 더 사고, 내리면 더 팔아야 하는 구조여서 시장 변동을 키울 수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반도체 대형주 급락 과정에서 거론된 ‘숏감마’도 이처럼 기계적 매매가 주가 하락을 증폭시키는 사례로 지목된다.
한은 분석에서도 이런 경향이 확인됐다.
코스피가 전일 대비 5% 이상 하락한 조정기에는 레버리지 ET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신용미수 반대매매가 늘었다.
이 기간 코스피 등락률과 레버리지 ETF 순유출입의 상관계수는 0.32로 약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신용미수 반대매매와의 상관계수는 -0.16으로 나타나 주가가 내릴수록 강제 청산이 늘어나는 경향도 확인됐다.
주가가 떨어질수록 빚투 물량이 기계적으로 정리되며 하락 압력을 키울 수 있는 구조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레버리지를 동반해 투자하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은 사람도 변동성이 커지면서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