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24시간 시대…한국물 매력부터 높여야

 

서울 외환시장이 6일부터 주 5일 24시간 체제로 전환된다.

다만 개장 시간을 늘린다고 원화 거래량이 자동으로 따라 붙는 것은 아니다.

한국 주식과 채권 매매, 외국인 자금 집행 자체가 낮 시간대에 집중돼 있는 이상, 밤새 문을 열어둬도 실제 거래는 기존 패턴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런 우려는 근거가 있다.

한국은 이미 2024년 7월 마감 시간을 오후 3시 30분에서 다음 날 새벽 2시로 한 차례 늘린 전례가 있는데, 그 이후에도 거래의 무게중심은 좀처럼 낮 시간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6월 원·달러 거래량을 30분 단위로 뜯어본 결과 전체의 77.3%가 오전 9시~오후 3시30분 서울장에 몰렸고, 마감 직전 30분(13.6%)이 가장 두터웠던 반면 심야(오후 10시30분~오전 2시)는 2.4%에 불과했다.

문은 열려 있어도 사람이 없는 셈이다.

이렇게 얇은 호가창은 작은 주문에도 가격이 크게 튀는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24시간 개방 자체는 오래 미뤄둔 과제였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향한 선결조건으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MSCI 최고경영자도 과거 원화 매수가 가능한 시간이 서울 근무시간에 국한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역내 지점 없는 외국 기관도 참여할 수 있는 RFI 제도와 역외 원화결제망 구축을 병행하는 것도 이 접근성 문제를 풀기 위해서다.

그러나 시장 문을 열어놓는 것과 실제 거래가 살아나는 것은 별개다.

체결 이후에도 원화 잔액 확인, 부족분 처리, 결제, 장부 반영이라는 과정이 뒤따라야 거래가 마무리된다. 새벽이나 휴일에 체결됐더라도 결제와 회계 처리는 결국 은행 영업일과 국제 관행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짜 관건은 야간에도 원화를 조달하고 결제할 수 있는 유동성이다.

이승헌 숭실대 교수(전 한은 부총재)는 뉴욕·런던 시간대에도 외국 금융기관이 필요한 원화를 제때 빌리고 결제할 수 있어야 실질적 거래 증가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은행권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해외망을 갖춘 대형 은행은 런던 인력 활용이나 서울 교대 근무로 대응하지만,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 은행은 새벽 2시 이후를 자동 헤지 시스템에 맡기는 무인 운영을 택하고 있다.

이 시스템 구축·유지 비용은 거래량과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들어간다. 결국 원화 거래를 늘리는 근본적 열쇠는 외국인이 원화에, 그리고 한국 시장 자체에 투자하고 싶게 만드는 데 있다.

그 출발점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견조한 성장세다. 올해 명목성장률이 10%를 넘어설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반도체 한 업종에 의존한 성장이라는 의구심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발 초과세수를 포함한 재정을 미래 경쟁력 확충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가 투자자 확신을 좌우할 것이다.

여전히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도 정부 몫으로 남아 있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려 일부러 주가를 억누른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투자자 친화적인 세제 개편을 본격적으로 고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