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추진 중인 법정 정년 연장 정책에 대해 노동 분야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고령 근로자의 일자리 참여 확대는 필요하지만, 임금 구조 개선이나 재고용 제도 정비 없이 정년만 단순히 늘릴 경우 회사 부담이 커지고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 관련 연구 단체들이 서울에서 개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연금 수령 시작 나이와 법정 정년 사이의 수입 공백 문제는 해결해야 하지만, 법으로 정년을 일괄 상향하는 방식은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대학 교수가 소개한 사례에 따르면, 일본은 기업들에게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고용 연장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실제로 정년을 직접 늘린 기업은 31%에 불과했고, 재고용 등 계속 고용 방식을 택한 기업이 65%로 훨씬 많았다. 임금 비용 증가와 차별 문제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유연한 방식을 선호했다는 분석이다.
한 법학 전문가는 고용 연장 정책이 연금 수령 나이와 정년 사이의 수입 공백을 줄이면서도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청년 고용, 기업 부담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년만 상향할 경우 대기업과 공공 부문에만 혜택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전문가는 정년 연장, 재고용, 정년 폐지, 계약 연장 등 여러 방법을 개인과 기업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청년 일자리와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고용이 연장된 근로자가 저임금 하위 직급에 고착되지 않도록 처우 격차 통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적 문제도 지적됐다. 정년 연장 논의는 고용 보장뿐 아니라 차별 금지,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임금 조정, 정년 후 지위 관련 법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법안은 이러한 법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경제학 전문가는 연공급 임금 체계와 정년 연장을 병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년 연장이 고령자 고용 증가로 이어진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며, 오히려 조기 퇴직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동시장이 경직된 국내에서는 청년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일관되게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고령자의 지속적인 노동시장 참여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일률적인 법정 정년 연장은 반대했다.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고 청년 신규 채용을 줄여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다. 높은 임금 연공성과 고용 경직성을 개선하지 않은 채 법정 정년만 늘리면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지게 된다며, 임금 체계 개편과 퇴직 후 재고용 중심의 고령자 일자리 제공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노동계는 주된 일자리에서 고용과 소득을 유지하며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야 한다며 연금 수급 시작 나이와 연계한 법정 정년 연장을 주장했다. 청년 고용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세대 간 갈등이 아니라 세대별 직무와 역할에 맞는 대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맞섰다.
법률 전문가는 일본식 대안을 제시했다. 법정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방안이 노동시장 부담과 이중 구조 심화 우려가 있다면, 법정 정년은 60세로 유지하되 기업이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다만 퇴직 후 재고용 시 근로자의 희망 직무를 최대한 반영하고 기업의 선택권은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법학 전문가는 법정 정년 연장이 적용될 경우 현장에서 여러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고령자 고용법상 임금 체계 개편을 효력 규정으로 바꿔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 금지도 고용 연장의 경우 예외로 두는 방안이 제시됐으며, 고령자 고용 불안 해소를 위해 기간제법의 근로 계약 반복 갱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개정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아예 고령자 고용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는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