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수 신임 기아 대표, 강해진 노조 앞에서 ‘분쟁 없는 경영’ 이어갈 수 있나
기아가 새로운 대표로 송민수 부사장을 뽑으면서, 그가 노조와 얼마나 잘 협상할 수 있을지가 업계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기아 노동조합은 임원들에게만 지급된 자사주 보상의 공정성 문제와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현대차 그룹 계열사 노조와 함께 공동으로 싸우는 방안도 추진하면서, 그동안과는 다른 방식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과거 5년간 ‘분쟁 없는 타결’을 이어온 기아가 올해도 무사히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송 대표가 노조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느냐와 회사 측이 어떤 자세로 협상에 임하느냐에 달렸다는 시각이 나온다.
■ 대표이사 선임 배경
기아는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송민수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뽑았다. 그동안 송호성 대표 한 사람 체제였던 대표이사제를 송호성·송민수 두 사람이 함께 대표를 맡는 체제로 바꾼 것이다.
송호성 대표는 앞으로 회사의 경영 전략과 전반적인 사업을 맡고, 송민수 대표는 생산 현장 운영, 안전 관리, 노사 협의 등 제조 쪽 일을 책임지게 된다.
송민수 대표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기아 노무지원사업부장을 지냈고, 2022년부터는 기아에서 가장 큰 공장인 경기도 화성공장(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으로 일했다. 지난 5월 그룹 임원 인사를 통해 국내 생산 담당과 안전보건 최고책임자(CSO) 역할을 맡아, 전국 공장 운영과 안전 관리 체계 전반을 이끌어 왔다.
업계에서는 송민수 대표의 이번 선임이 생산 현장을 안정시키고,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하며, 노무 문제를 다룬 그의 풍부한 경험을 높이 산 결과라고 보고 있다. 특히 전동차 전환과 해외 생산 시설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안정적인 물량 확보, 품질 관리, 노사 관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생산 부문을 통째로 맡아 온 송민수 대표를 각자대표로 세워 현장 대응력을 높이려는 회사 측의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 처음 닥친 과제, 임금·단체협상
송민수 대표가 공식 대표이사에 선임되기 전부터, 사실상 노조 상대 협상을 책임지는 역할은 이미 시작돼 있었다. 지난 5월 그룹 임원 인사 직후 노조의 상대 협상 파트너로 정해졌고, 6월 4일 열린 올해 임금·단체협상 1차 본교섭에서부터 회사 측 협상을 이끌고 있다.
올해 들어 기아 노조가 현대차와 분리돼 자체적인 방식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송민수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기아는 2025년 임금·단체협상까지 5년 연속으로 ‘분쟁 없는 타결’ 흐름을 이어왔지만, 지난해 12월 새로 뽑힌 강성호 노조위원장이 등장하면서 노조의 협상 성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기아 노조는 그동안 사실상 현대차 임금·단체협상 타결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 협상의 강도를 조절해 왔지만, 강 위원장은 이러한 기존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 노조, 투쟁 수위 높여
기아 노조는 지난 9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서 ‘총력 투쟁’ 선포식을 열고 투쟁의 힘을 한 단계 높였다.
노조는 회사가 직원 보상을 명목으로 자사주를 팔아치우면서, 지난 4월에는 송호성·송민수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 163명에게만 자사주를 주고 일반 직원들은 지급 대상에서 빼놓은 점에 대해 보상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 노조는 회사의 이런 행태가 최근 개정된 상법의 취지에 맞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조합원 1인당 246주 이상의 자사주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회사 측에 요구하고 있다.
· 작년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
· 기본급 14만 9천 600원 인상
· 특별 성과급 1천만 원 지급
·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
· 주 4.5일제 도입
고용 안정과 관련해서는 국내 공장 투자 확대와 신규 채용, 광주공장의 미래 물량 확보, 새로운 기술과 장비가 도입될 때 노조와 미리 협의하고 전체 고용을 지키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 현대차 노조와의 공동 투쟁 가능성
현대차 노조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매일 2시간씩 부분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기아 노조가 현대차와 투쟁 시점을 맞춰 회사 측에 협상 압박을 더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강성호 위원장은 후보 시절부터 현대차 노조와 함께 공동 투쟁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연초부터 그룹 계열사 노조들과 계속 소통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아 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단체협약 절차와 회사 측이 일괄적으로 내민 제안에 대한 검토를 마친 뒤 구체적인 투쟁 시점과 강도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강 위원장 발언
강성호 위원장은 “송민수 대표가 화성공장장 시절부터 협상위원으로 협상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대표이사로 선임된 것 자체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 협상에서 노사가 협력할지 대립할지는 회사가 노조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느냐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단체협약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회사 측에 일괄 제시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회사 측이 제시한 안과 협상 자세를 확인한 뒤 쟁점 절차로 들어갈지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