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없이 멈추는 로터리 차량의 놀라운 원리

인류가 마차에서 자동차로 이동한 후 변하지 않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율주행 전용 차량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생략할 수 있도록 연방 차량안전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고 유엔 자동차기준 국제 조화 회의는 자율주행 시스템의 국제 기준을 처음 제정했다.

이는 자동차를 더 이상 사람이 직접 조작하는 이동수단이 아니라 시스템이 스스로 운행하는 이동체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기술의 진화가 국제규범을 바꾸고 규범의 변화는 다시 산업의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사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시장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필자가 얼마 전 베이징에서 시승한 모멘타(Momenta)의 자율주행차는 복잡한 도심에서도 운전자 개입 없이 자연스럽고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핵심은 기술보다 학습 속도였다.

모멘타는 수백만 대의 양산차에서 수집한 실도로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고 이를 로보택시에 적용해 다시 데이터를 축적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바이두의 아폴로고와 구글의 웨이모 역시 수천만 건의 실제 운행 경험을 축적하며 자율주행을 실험이 아닌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이제 경쟁력의 핵심은 더 뛰어난 알고리즘 하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도로에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얼마나 빠르게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하느냐다.

우리나라도 자율주행 안전 기준과 실증 제도는 비교적 빠르게 마련했다.

서울에서는 레벨4 로보택시가 일부 운행되고 있고, 광주도 자율주행 실증 도시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자율주행은 여전히 정부가 지정한 실증구역 안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실증이 아니라 국민이 매일 이용하는 버스와 택시처럼 자율주행을 일상으로 확산시키는 상용화다.

이를 가로막는 병목들이 존재한다.

첫째는 AI 컴퓨팅 인프라다. 자율주행은 카메라와 센서 정보를 통합 처리하는 엔드투엔드(E2E)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은 만성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부족으로 대규모 모델을 학습하기조차 어렵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을 국가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고 자국 기업에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쏟아붓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해외 클라우드 서버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자율주행을 전략 분야로 지정하고 GPU 자원을 충분히 배분해야 한다.

둘째는 데이터다. 데이터는 매일 도로 위에 쌓이는데 제도의 불명확함이 그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방대한 실도로 데이터를 자율주행 AI 학습에 실제로 활용하려면 가명처리 기준과 목적 외 이용 허용 범위 등 세부 가이드라인이 구체화돼야 한다.

셋째는 시장이다. 자율주행 버스 한 대의 단가가 일반 전기버스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에 진입하기는 애초부터 어렵다. 전기버스 보급 초기에 공공 구매와 보조금이 시장을 견인했듯 자율주행도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수요를 만들고 과감한 네거티브 규제 혁신으로 민간 투자의 공간을 열어야 한다.

15세기 명나라는 세계 최강의 함대를 보유하고도 해금령으로 바다를 포기했고 그 기회를 포르투갈이 차지했다. 오늘날 자율주행도 다르지 않다.

기술을 가진 국가보다 기술이 시장에서 성장하고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국가가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갖게 된다. 우리가 자율주행 시대에도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실증을 허용하는 국가’를 넘어 ‘상용화를 촉진하는 국가’로 정책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브레이크 페달이 필요 없는 시대를 맞아 필요한 것은 기술이 일상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