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미술관 신축에 제동
정부는 최근 박물관과 미술관을 새로 짓는 일에 브레이크를 걸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관광객 모으기를 위해 앞다퉈 시설을 세우지만, 실제로 찾는 사람은 줄어들면서 재정 부담만 커지고 있어서다. 앞으로는 새 건물 짓기보다 주민들이 꾸준히 찾는 콘텐츠와 운영 방식을 먼저 살피겠다는 방향이다.
지원 방식이 달라진다
내년부터 기획예산처는 ‘거점 문화시설 확충 사업’을 따로 묶어 관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박물관·미술관·공연장 가운데 대표적인 시설을 골라 5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들어 있는 곳 위주로 정부 돈을 지원한다. 신축은 가급적 줄이고, 이미 지어진 건물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검토한다. 공연장도 새로 짓는 대신 국립 청년 예술 단체가 머무는 기존 극장을 ‘국립극장’으로 골라 지원한다.
성과 평가가 따라간다
거점 문화시설로 지정된 곳은 5년이 지나면 운영 실적을 점검받는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지정이 해지될 수도 있다. 또 이미 분관 같은 국립시설이 들어선 지역에는 추가 정부 지원을 자제하도록 했다. 기획처는 전문 기관을 통해 사업비가 적정한지 미리 살피는 장치도 마련했다.
시설은 늘고, 사람은 줄어
그런데도 그동안 박물관·미술관은 계속 늘었다. 5년 새 전국 시설은 1164곳에서 1208곳으로 44곳이 더해졌다. 전남이 11곳, 충남이 9곳, 전북이 7곳, 서울이 6곳, 경북이 5곳씩 늘었다.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는 관광객 유치와 구도심 살리기, 도시 브랜드 높이기 효과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어서 적극 짓게 된 것이다. 반면 연간 관람객 수는 같은 기간 1억 1801만 명에서 9426만 명으로 2375만 명이나 빠졌다. 시설 하나당 평균 방문객도 23%가량 줄었다. 시설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전남의 관람객은 같은 기간 41%가 줄 정도로 타격이 컸다.
공립시설 재정 부담 가중
관람객이 줄면 직접 적자를 떠안는 곳은 공립시설이다. 이용자가 적어도 시설을 유지해야 하니 국비와 지방비가 계속 쌓인다. 연간 관람객이 5만 명에도 못 미치는 공립 박물관·미술관은 5년 사이 208곳에서 253곳으로 늘어났고,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거의 55%에 달한다. 반면 연간 10만 명 이상이 찾는 시설은 150곳에서 127곳으로 오히려 23곳이나 빠졌다.
전문가 의견
전문가들은 거점 문화시설의 성패를 건물 숫자가 아니라 주민이 꾸준히 찾는 콘텐츠와 운영 능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정부가 5개년 계획으로 지원 대상을 한꺼번에 가리면 지역마다 다른 문화 수요와 색깔이 충분히 담기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문화 사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