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텍사스 공장, 739명 대규모 인력 감원 단행 발표, 향후 핵심 경영 축으로 AI 기술 고도화 전략

 

삼성전자(005930) 가 뉴저지주에 있던 미국법인의 본사 기능을 돌연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으로 옮기게 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이전이 세제 혜택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춘 인력 재배치와 관련이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내 주요 사업이 가전, 모바일이 아닌 반도체로 재편되자 전통적인 상업 중심지인 뉴욕 권역보다 AI 산업의 중추로 떠오르는 텍사스주 일대의 전략적 가치가 커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미국법인 본사 이전 과정에서 700명이 넘는 직원을 교체하게 돼 사실상 인력 구조조정 효과까지 누리게 됐다.

메모리반도체 초호황으로 삼성전자의 주가가 뉴욕 증시의 AI 관련주에 선행해 움직이는 만큼 이 회사의 사업적 변신에 월가에서도 관심이 높은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에 있는 미국법인 본사를 오는 9~10월 텍사스주 댈러스 근처 플레이노로 옮기기로 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현지에서 디스플레이와 스마트폰, TV,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플레이노에는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모바일·네트워크 사업 부문을 담당하는 사무소가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본사 이전 계획을 지난 5월 29일 직원들에게 알리고, 지난달 30일 ‘전사적 인력 감축’을 통보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현 뉴저지 잉글우드클리프로 북미 사업장을 이전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뉴저지주 리지필드파크 사옥을 사용하다가 15년 만에 더 큰 사업장으로 옮기기로 결심했다. 19일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 사업장에서 직원 739명에 대한 감원 계획을 담은 ‘근로자 조정 및 재교육 통지(WARN)’까지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WARN은 미국 기업이 대규모 해고나 사업장 폐쇄를 단행할 경우 사전에 당국과 직원들에게 통보하도록 한 제도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플레이노 사무소에서만 모바일 부서 직원을 포함해 약 10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는 텍사스·뉴저지주뿐 아니라 미국 내 다른 지역의 고위 영업·마케팅 담당자 등 30명 이상의 직원들이 지난 몇 주간 해고되거나 회사를 떠났다.

지난해 9월 조시 고트하이머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에서 일하는 직원 수는 약 1200명에 달했다.

업계와 뉴저지주 지역 사회는 삼성전자의 갑작스러운 이전 소식에 적잖이 당황한 모양새다.

특히 삼성전자의 뉴저지주 신사옥 임대 계약이 2034년까지 남았기에 대다수 직원들조차 텍사스주 이전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잉글우드클리프가 포함된 뉴저지주의 버건카운티 일대는 삼성전자의 대규모 인력 변화로 주택 임대 시장과 소매 상권까지 들썩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뉴저지주 잉글우드클리프 신사옥으로 옮긴 지 1년도 안 돼 댈러스로 떠나기로 한 것은 세제 혜택, 현지 거대 기술기업(빅테크)과의 협력 강화 등 AI 시대에 걸맞은 사업 기회를 폭넓게 누리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금이 아니면 AI 시대에 자칫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텍사스주는 이미 삼성전자의 미국 내 핵심 사업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의 주도인 오스틴에도 반도체 사업 관련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또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는 신규 반도체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텍사스주가 세금 혜택과 규제 완화로 기업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한 데 따른 조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반도체 부문을 모두 포함해 미국 내에 직원 1만 1770명을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삼성전자의 인력 감축이 반도체 부문은 기록적인 이익을 내고 가전 부문은 침체된 엇갈린 내부 상황을 보여준다”며 “모바일 부문은 올 2분기 애플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바람에 사상 첫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 TV와 가전제품 분야에서도 TCL과 같은 중국의 경쟁자들이 삼성전자에 도전하고 있다”며 “AI 호황에 따른 반도체 비용 상승이 모든 가전제품의 수익성에 부담을 줬다”고 덧붙였다.

최근 텍사스주 거점을 강화하는 글로벌 기업은 삼성전자뿐이 아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테슬라 등도 최근 AI 인프라(기반시설) 관련 자본지출을 대폭 늘리면서 본사나 주요 사업장을 텍사스주로 돌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미국법인 인력 감축이 반도체와 무관하게 가전 부문에만 한정해 진행된다고 로이터통신에 해명했다. 삼성전자는 “뉴저지주 대다수 직원에게 이전 기회를 제공했다”며 “이번 변화를 단순한 해고로 규정하는 것은 부정확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성장하는 AI 생태계에서 더 많은 팀을 모으고 더 강한 협업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 텍사스주로 이전하지 않으려는 직원이 있거나, 회사가 핵심 사업 우선순위에 맞춰 일부 기능을 최적화한다면 인력 구조에 변화가 있을 수는 있다”고 부연했다.

메모리반도체 최선두 기업인 삼성전자의 사업 변화는 월가에서도 관심이 높은 사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 AI 관련주 비중이 큰 한국 증시가 변방의 입지를 급속도로 벗고 글로벌 투자 심리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나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이 전 세계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치면서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도 곁들였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뉴욕과 영국 런던, 일본 도쿄의 펀드매니저들은 거래를 시작하기 전 한국 증시를 먼저 확인하는 일이 이제 새 일상이 됐다.

더욱이 지난 10일 SK하이닉스(000660) 가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나스닥시장에 상장한 뒤로는 한국의 대표주에 대한 월가의 관심이 사실상 24시간 이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60일 상관계수는 0.46으로, 최근 2년 이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최근 5년 평균인 0.16의 3배에 달한다. 나스닥100지수가 코스피 움직임에 반응하는 민감도도 지난 7일 1990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SK하이닉스 ADR 상장 바로 전날인 9일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뉴욕주 클레이타운 팹(생산 공장) 콘크리트 타설 기념식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불러와 생산 시설을 짓게 하고 싶다”며 “질투심을 느낀 경쟁자들이 결국 마이크론을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월가는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뉴욕 증시에 ADR을 상장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SK하이닉스가 외국 회사 기업공개(IPO)로는 역대 최대 수준인 265억 달러(약 40조 원)어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월가 대형은행들이 막대한 수수료 수입을 얻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 ADR 상장 주관사들은 조달 자금의 약 0.5%, 총 2000억 원 정도를 수수료로 얻었다. 나아가 블룸버그통신은 14일 삼성전자가 최근 투자은행(IB)들과 ADR 상장을 위한 초기 논의를 진행했다고도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 국 상장이 추진될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가 광범위하다는 점, 노사 갈등이 반복된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삼성전자가 과거에도 ADR 발행 가능성을 검토했다가 포기한 사례를 거론하며 “논의는 아직 매우 초기 단계이고 실제 상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같은 날 공식 입장을 내고 “사실무근이며 ADR 상장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SK하이닉스보다 사업이 다각화된 데다 현금성 자산도 충분해 ADR 상장을 굳이 서두를 이유가 없는 까닭이다. 복잡한 미국 증 권거래위원회(SEC) 등록 절차와 까다로운 공시 요구사항에 맞춰야 하는 점도 ADR 상장으로 발생하는 부담 요인이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본사 시대 이후 북미 지역에서 성공적인 변신을 꾀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반도체 부문과 가전·모바일·네트워크 등 다른 분야 간 실적 성과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서 AI 시대에 적합한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적극적으로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텍사스주 인프라를 기반으로 현지 빅테크들과 광범위한 협력 생태계를 꾸리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