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 편이 단종의 비극을 다시 떠올리게 하면서, 그 시대를 끝까지 외면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김시습은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다. 많은 사람이 학교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로 알려진 금오신화의 작가로 먼저 배웠지만, 그는 단지 소설을 쓴 사람에 머물지 않았다. 승려였고, 생각이 깊은 지식인이었으며, 시와 글을 남긴 문인이기도 했다.
새로 나온 영원한 청년 김시습은 이런 그의 삶을 처음부터 끝까지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언론인 소종섭이 전국 곳곳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리한 기록으로, 김시습의 자취를 따라간 답사기이면서 동시에 역사 교양서의 성격도 갖고 있다. 사진 자료까지 더해져, 오래전 인물인 김시습이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사람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김시습은 단종을 향한 마음을 끝까지 접지 않았던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옛 기록 연려실기술에는 성삼문, 박팽년 등 죽임을 당한 충신들의 시신을 거두어 서울 노량진에 묻은 이가 김시습이었다고 적혀 있다. 또 충남 공주의 동학사에서 단종의 넋을 기리는 의식을 치른 사람도 그였다. 이런 일들은 김시습이 단순히 글만 쓰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뜻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이었음을 보여준다.
그의 삶이 크게 바뀐 계기는 계유정난이었다. 당시 북한산 중흥사에서 공부하던 김시습은 그 소식을 듣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책을 모두 불태웠다. 며칠 동안 문을 닫고 깊이 생각한 끝에, 그는 세상을 넓게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직접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이렇게 시작된 길 위의 삶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나라 곳곳을 걸으며 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몸으로 느끼고, 그 자리에서 시와 글을 남기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여정을 따라간다. 북쪽 끝에서 남해안에 이르기까지, 김시습은 조선 팔도를 두루 돌았다. 그래서 저자는 그를 우리나라 최초의 여행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가로 새롭게 바라본다. 특히 그가 길 위에서 가장 활발히 움직였던 때가 이십 대와 삼십 대였다는 점에서, 김시습은 늙고 굳은 인물이 아니라 뜨겁고 생기 있는 청년의 모습으로 읽힌다.
책의 또 다른 장점은 김시습의 흔적이 지금 어디에 남아 있는지 자세히 알려준다는 데 있다. 그의 사리를 모신 부도탑이 있는 부여 무량사, 위패를 모신 여러 사당, 시를 새긴 비석들, 초상화가 전해지는 장소들까지 폭넓게 담아냈다. 김시습을 더 알고 싶은 사람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되고, 역사 현장을 직접 걸어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반가운 길잡이가 된다.
무량사는 김시습이 마지막까지 머문 곳이면서, 저자 소종섭에게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장소다. 저자가 오랫동안 김시습 기념사업에 힘써 온 배경에도 이런 연결이 깔려 있다. 결국 이 책은 한 인물의 생애를 정리한 데서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를 꿈꾸다 죽은 늙은이라고 불렀던 김시습이 사실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토를 누비며 수많은 시와 글을 남긴 영원한 청년이었다는 점을, 차분하면서도 생생하게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