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용지 값을 함께 올린 제지업체 6곳에 큰 제재가 내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무림에스피, 무림페이퍼, 무림피앤피, 한국제지, 한솔제지, 홍원제지가 오랜 기간 서로 가격을 맞춰 올린 것으로 보고, 모두 33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시정명령을 내리고, 한국제지와 홍원제지는 법인 고발 절차도 진행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 이들 업체는 약 3년 10개월 동안 여러 차례 만나 인쇄용지 가격을 높이는 방법을 함께 정한 뒤 실제 판매 현장에 반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격표를 직접 올리거나 할인 폭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판매가를 끌어올렸고, 이런 합의는 백상지, 중질지, 아트지 같은 주요 인쇄용지 전반에 적용됐다.
공정위는 이 기간 동안 관련 매출 규모가 약 4조 300억 원에 이른다고 봤다. 제재 수준은 업체별로 달랐는데, 홍원제지는 4퍼센트, 나머지 5개사는 12퍼센트의 부과율이 적용됐다. 회사별 과징금은 무림에스피 3억4700만 원, 무림페이퍼 458억4600만 원, 무림피앤피 919억5700만 원, 한국제지 490억5700만 원, 한솔제지 1425억8000만 원, 홍원제지 85억3800만 원이다.
시장 영향도 매우 컸다. 이 6개 회사는 국내 인쇄용지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시장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공정위는 이들의 담합으로 인쇄용지 판매 가격이 평균 71퍼센트가량 오른 것으로 분석했다. 이렇게 높아진 가격 부담은 중간 유통 단계를 거쳐 출판업계와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연락 방식도 눈길을 끌었다. 관련 임직원들은 공중전화나 식당 전화, 다른 부서 직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연락하고, 실명 대신 영어 약자나 가명을 적어두는 식으로 감시를 피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런 점을 볼 때 가격 인상 논의가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번 과징금은 공정위가 담합 사건에 매긴 제재 가운데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이며, 제지업계 사건만 놓고 보면 가장 큰 수준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시장을 왜곡하고 소비자 부담을 키우는 가격 담합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