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매우 강한 실적을 내면서,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두 회사를 좋게 보는 분위기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확산으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자, 두 회사에 간접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에도 짧은 기간 동안 큰돈이 몰렸다.
핵심 배경은 단순하다. 인공지능 서버에 꼭 필요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고대역폭 메모리 같은 고부가 제품은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 시장에서는 이 점이 당분간 두 회사의 실적을 밀어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적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첫 분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뛰었고, 에스케이하이닉스도 분기 기준으로 매우 강한 성적을 냈다. 특히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수익성이 매우 높아지면서 현금 여력도 한층 좋아졌다. 업계에서는 비수기에도 이 정도면 수요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두 회사 비중이 큰 메모리 관련 상장지수펀드는 상장 후 짧은 시간 안에 자금이 빠르게 불어났다. 이는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한국 반도체 대표 기업에 직접 접근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비교적 손쉬운 투자 통로가 생긴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뒤에도 여전히 비싸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이익 증가 속도가 주가 상승보다 더 가팔랐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앞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기준으로 보면 아직도 부담이 크지 않다고 본다. 다시 말해, 주가가 올랐어도 실적 개선 폭이 더 커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로 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모두가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반도체 업종은 원래 경기 흐름을 많이 타는 산업이라, 공급이 늘어나면 언제든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낙관론자는 이번에는 인공지능이 이전과 다른 장기 수요를 만들고 있다고 말하고, 신중론자는 호황이 길어져도 결국 사이클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고 본다.
에스케이하이닉스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가능성도 관심거리다. 회사가 자금 조달에 나서면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더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새 주식을 내는 방식이 되면 기존 주주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어, 시장은 향후 자금 조달 방식과 주주환원 대책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두 회사가 강한 위치를 지키는 가장 큰 이유는 진입장벽이다. 메모리반도체는 막대한 설비투자와 오랜 기술 축적이 필요한 산업이라 새 경쟁자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렵다. 특히 고성능 제품은 생산 경험과 품질 관리 능력이 중요해, 실제로 경쟁 가능한 기업 수가 많지 않다. 이 구조가 당분간은 기존 강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삼성전자의 노사 문제는 변수로 남아 있다. 만약 대규모 파업이 현실화되면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을 걱정하는 시선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좋은 실적과 업황만 보는 것이 아니라, 공급 차질 가능성 같은 운영 리스크도 함께 살피고 있다.
정리하면, 지금 시장은 인공지능 확대 → 메모리 수요 증가 → 실적 개선 → 투자자 관심 확대라는 흐름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당분간 세계 투자자들의 주목을 계속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앞으로도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수요가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 그리고 업황 사이클이 언제 꺾이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