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충돌에서 내세운 가장 큰 이유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었다. 두 나라는 이란의 신정 체제를 약하게 만들려면 핵 개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이란이 꼭 핵무기를 완성하지 않아도, 이미 매우 큰 압박 수단을 손에 넣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곳이 바로 호르무즈해협이다.
미국 언론은 이란이 이 해협을 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적대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다고 봤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목이라, 이곳이 흔들리면 세계 에너지 시장과 경제 전체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부와 군사 시설에 타격을 줬지만, 정작 이란이 해협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은 크게 줄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분쟁이 다시 벌어지면 이란이 가장 먼저 꺼낼 카드가 해협 봉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결국 이란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첨단 장비만이 아니라, 바꿀 수 없는 지리적 위치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중동의 긴장은 오히려 이란 체제를 더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이란이 이번 일을 통해 핵실험에 가까운 정치적·전략적 효과를 얻었다고 본다. 실제 무기를 쓰지 않아도, 상대국이 충분히 위협으로 느끼는 힘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또 다른 분석도 있다. 이란이 지난 몇 년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며 드론 운용과 현대전 방식, 해상 충돌 대응법을 꾸준히 연구했다는 것이다. 배에 올라타는 상황, 상륙 시도를 막는 작전, 좁은 바다길에서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 등 여러 장면을 미리 가정해 대비해 왔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때 막혔던 해협 통행은 잠시 풀리면서, 한국으로 향하는 유조선도 이 구간을 지난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 추적 정보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적 유조선 한 척은 석유 제품을 싣고 울산으로 향하고 있으며, 현재 오만만에서 인도양 쪽으로 이동 중이다.
결국 이번 상황은 이란이 핵 문제와 별개로도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호르무즈해협을 손에 쥔 이란은 군사 충돌이 끝난 뒤에도 중동 정세와 세계 경제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나라로 더 강하게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