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김범석 쿠팡아이엔씨 의장을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지정하자는 주장에 대해 얻는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여러 문제만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정부가 내놓은 기준은 이미 충족하고 있는데도, 시민단체가 같은 요구를 다시 꺼낸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서 시민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를 앞두고, 이제는 김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법인을 통한 지배나 국적 문제를 이유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쿠팡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해외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이 제도를 처음 적용하면, 실제 관리 효과는 크지 않은 반면 예상하지 못한 부담이 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봤다.
쿠팡이 내세운 핵심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김 의장 가족 가운데 국내 계열사 지분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쿠팡아이엔씨가 한국 쿠팡 법인을 모두 소유하고, 한국 쿠팡 법인이 다시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전부 보유하는 구조라서 지배관계가 비교적 분명하고 단순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일부 국내 대기업처럼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여러 회사를 넓게 지배하는 방식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둘째, 이중 규제 우려다. 쿠팡아이엔씨는 이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기준에 따라 필요한 내용을 꾸준히 공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한국식 동일인 규제까지 더해지면 같은 기업이 두 나라 규제를 함께 받아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이사회에 참여하는 미국 기업 인사들까지도 관련 규제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셋째, 다른 해외 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쿠팡은 에쓰오일 사례를 언급하며, 해외 자본이 한국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는 다양하고 실제 소유 관계도 복잡한데 이를 똑같은 잣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누구를 동일인으로 보느냐에 따라 국내 기업집단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세계 기업에 한국식 제도를 한결같이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넷째,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투자 안정성 문제도 들었다. 쿠팡은 미국 기업에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결과가 생기면 협정상 차별 논란이 나올 수 있고,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시장 제도를 더 조심스럽게 바라보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적으로는 외국 자본을 끌어오는 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함께 과거 논란이 됐던 김 의장 동생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설명을 다시 내놨다. 국내 계열사 지분이 없고 등기임원도 아니며, 쿠팡아이엔씨 소속으로 물류 효율을 높이는 업무를 맡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보유 주식 역시 비슷한 직급 직원들과 같은 수준이며, 관련 내용은 해마다 공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