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예능 ‘운명전쟁49’는, 국민을 지키다 숨진 소방관과 경찰 같은 영웅들의 희생을 방송 소재로 썼다는 비판을 받은 뒤 공식으로 사과했다.
제작진은 고인을 다시 기억하고 뜻을 되새기기 위해 해당 이야기를 다뤘다고 설명했다. 또 방송 전에 유가족에게 프로그램 형식과 내용 일부를 알리고,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시 사용에 대한 서면 동의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실제 방송에서는 고인의 삶과 죽음이 추모의 대상이라기보다, 출연진 특히 무속인을 포함한 참가자들의 능력을 겨루게 하는 문제 풀이 재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친척들은 방송이 나간 뒤에야 자세한 형식과 표현 수위를 알게 됐다고 말해, 설명이 충분했는지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고 김철홍 소방교의 사례가 있다. 그는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방화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다. 방송 2화에서는 그의 사진과 태어난 시각, 사망 시점 같은 정보가 제시됐고, 출연진이 이를 바탕으로 사망 원인을 맞히는 장면이 나왔다. 이 과정이 많은 사람에게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가볍게 느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유족 측 반응도 거셌다. 고인의 조카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제작진이 처음에는 영웅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같은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족은 공익적인 목적의 방송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죽음을 추리하고 긴장감을 키우는 예능 방식으로 소비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여동생이라고 밝힌 또 다른 가족도 큰 상처를 호소했다. 가족에게는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기억하겠다고 말해 놓고, 방송에서는 죽음을 자극적인 말로 다뤘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특히 나이 많은 유가족이 프로그램의 실제 분위기와 표현 수위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동의했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방송 중단까지 요구했다.
소방공무원노동조합도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소방공무원의 순직은 단순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 있게 예우해야 할 공적인 희생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죽음을 점술과 경쟁 형식으로 다루면, 의도와 상관없이 고인의 명예와 존엄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 동의가 있었다고 해도, 그 동의가 방송 형식과 구체적인 연출 방식까지 충분히 설명받은 뒤 이뤄졌는지는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일의 핵심은 단순한 사과 한마디가 아니다. 희생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 그리고 공익과 추모라는 이름 아래 어디까지 방송 소재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제작진은 고개를 숙였지만, 유족과 시청자들은 진심 어린 사과에 더해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유족 측은 프로그램이 내려가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