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와 환율이 오래 높게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장보기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필요한 만큼 자주 사기보다, 한 번에 많이 산 뒤 나눠 보관하며 오래 쓰는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오프라인 창고형 할인점뿐 아니라 온라인 장보기까지 넓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대용량 상품을 집으로 받아보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창고형 할인점 상품을 배송받는 서비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증가했다. 이는 비싼 물가 속에서 가격 대비 양이 많은 상품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신선식품 판매는 44% 늘었고, 달걀은 59%, 과일은 52%, 고기류는 45% 증가했다. 큰 묶음 달걀, 상자 단위 과일, 1~2킬로그램 단위 고기처럼 오래 두고 먹기 좋은 상품이 특히 많이 팔렸다.
간편식 판매도 뚜렷하게 늘었다. 전체 간편식 매출은 약 40% 증가했고, 냉동 간편식은 60%, 만두는 48% 올랐다. 김치와 반찬류도 크게 늘었는데, 특히 여러 번 나눠 먹기 좋은 반찬 상품은 판매가 7배 이상 뛰었다. 커피, 차, 건강식품처럼 오래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 수요도 강했다. 이 기간 가공식품 매출은 36% 늘었고, 커피와 차는 72%, 건강식품은 43% 증가했다.
생활용품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비식품 매출은 31% 늘었고, 기저귀는 114%, 건강관리용품은 90%, 머리 관리용품은 53% 증가했다. 화장지와 세제처럼 자주 쓰는 생필품도 대용량 제품 위주로 판매가 늘었다. 결국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물건 가운데서도 더 싸고 오래 쓸 수 있는 상품에 돈을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오프라인 창고형 할인점의 성장도 이어지고 있다. 한 대형 유통사의 창고형 점포 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이 1조 60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늘었다. 반면 같은 회사 전체 매출 증가율은 1.9%에 그쳤다. 특히 3월에는 창고형 점포 매출이 4.2% 늘어난 반면, 전체 사업부 매출은 1.3% 줄어 차이가 더 뚜렷했다. 다른 해외계 창고형 할인점도 비슷했다. 해당 업체의 최근 회계연도 매출은 7조 3220억 원으로 12.1%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6.5% 늘었다. 전체 대형마트 업계가 소비 위축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창고형 매장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새 매장을 늘리려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최근 새 점포를 연 데 이어 앞으로도 추가 출점을 검토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매장 수를 더 확대할 계획이다. 다른 업체 역시 새 점포 개장을 이어가며 수도권 밖 지역으로 영향력을 넓히려 하고 있다. 소비가 줄어드는 시기인데도 창고형 매장은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배경은 높은 물가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2% 올랐고, 외식 물가는 2.8% 상승했다. 수입 물가도 크게 뛰었다. 원화 기준 수입 물가는 전달보다 16.1%,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4% 올랐다. 생활비 부담이 커지자 가계는 지출을 더 조심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대용량으로 미리 사두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가 부담이 쉽게 줄지 않는 상황에서, 많이 사서 나눠 쓰는 소비와 가성비 중심 구매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그만큼 창고형 할인점과 일반 대형마트의 차이도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