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특집마저 힘을 잃은 지금, 설 연휴 텔레비전이 유난히 조용한 까닭





명절 방송의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예전에는 설이나 추석이 오면 방송사들이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새 예능특집 프로그램을 여럿 내놓았다. 온 집안이 모여 밥을 먹고, 텔레비전을 켜고, 같이 웃고 즐기는 시간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모습이 많이 옅어졌다. 명절마다 새롭게 준비하던 파일럿 예능도 거의 보이지 않고, 특별 편성 역시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때 명절 파일럿은 방송사의 시험무대였다.

  방송사들은 인기 연예인을 앞세워 짧게 1~2회 정도 프로그램을 먼저 선보인 뒤, 반응이 좋으면 정규 편성으로 이어가곤 했다. 이렇게 자리 잡은 대표 사례가 ‘슈퍼맨이 돌아왔다’‘복면가왕’이다. 처음에는 명절 특집처럼 시작했지만, 시청자의 관심을 얻으면서 오래가는 간판 예능이 됐다. 당시만 해도 명절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험하고 키워내는 중요한 기회였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설 연휴가 다가와도 지상파에서 눈에 띄는 새 파일럿 예능을 찾기 어렵다. 오히려 기존에 준비하던 프로그램마저 멈추거나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편성 전략이 바뀐 정도가 아니라, 방송사가 새 프로그램에 과감히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뜻에 가깝다.

가장 큰 변화는 시청자의 눈길이 텔레비전 밖으로 옮겨갔다는 점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빠르게 커지면서, 이제 많은 사람들은 명절에도 텔레비전만 기다리지 않는다. 보고 싶은 드라마나 예능을 시간에 맞춰 챙겨보는 대신, 각자 휴대전화나 태블릿으로 원하는 작품을 골라 본다. 자연스럽게 방송사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제작비를 회수하기도 더 어려워졌다. 콘텐츠를 만들어도 수익이 크지 않으니, 명절 특집 같은 모험에 나설 힘도 예전보다 약해졌다.

  반대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명절을 겨냥해 신작을 내놓으며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같은 플랫폼은 드라마, 예능, 공연, 음식 이야기 등 여러 장르의 콘텐츠를 연휴 시기에 맞춰 공개한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굳이 텔레비전 편성을 기다릴 이유가 없다. 볼거리가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결국 명절 특집의 자리가 텔레비전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쪽으로 옮겨간 셈이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이 완전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방송사들은 대형 가수나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스타를 앞세운 특집쇼로 돌파구를 찾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세대가 함께 알고 즐길 수 있는 가수가 나오는 무대는 명절에 강한 힘을 발휘한다. 다만 이런 방식은 누구에게나 통하지 않는다. 온 가족이 같이 볼 수 있을 만큼 인지도가 높고 팬층도 두터운 스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두 번은 통할 수 있어도, 계속 같은 방식만으로 명절 분위기를 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은 텔레비전 자체가 아니라 볼 만한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일 수 있다. 지금 시청자들은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면 어디서든 본다. 문제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획과 제작비, 그리고 과감한 선택이 지금 방송사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용을 아끼는 데만 집중하면 잠시 버틸 수는 있어도, 다시 주목받을 계기를 만들기는 어렵다.

명절 텔레비전이 다시 따뜻한 자리를 되찾으려면, 많이 만드는 것보다 제대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누구나 아는 이름만 앞세우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주제와 시청자가 실제로 보고 싶어 하는 형식을 더 정교하게 고민해야 한다. 예전처럼 무조건 많은 특집을 차리는 시대는 지났지만, 잘 만든 한 편은 여전히 큰 힘을 가질 수 있다. 지금 텔레비전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겉모습보다 정확한 기획, 선택과 집중, 그리고 다시 보고 싶게 만드는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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