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호주, 일본 같은 주요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더 높은 편이다. 많은 전문가는 그 이유로 성과가 좋은 상품과 운용 기관이 더 많이 선택받는 구조가 잘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먼저 미국을 보면, 대표적인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인 401k는 가입자가 직접 운용 방식을 정하는 제도다. 2023년 수익률은 8.8퍼센트였고,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연 10.12퍼센트로 더 높았다. 여기에 2024년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이어간 점까지 생각하면, 실제 성과는 더 좋아졌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퇴직연금은 규모도 매우 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7000만 명이 사공일케이에 가입했고, 전체 운용 자산은 10조100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 정부가 2006년에 디폴트옵션, 즉 미리 정해 둔 운용 방식을 도입한 뒤로는, 많은 연금이 운용 자금의 70퍼센트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호주도 비슷하다. 호주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은 2024년에 11.1퍼센트 수익률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연 6.7퍼센트다. 호주는 원리금보장형 중심이 아니라,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지 않으면, 안정형·균형형·고성장형 가운데 보통 중간 위험 수준의 균형형으로 자동 운용된다. 또 호주 정부는 해마다 퇴직연금 사업자의 장기 수익률과 운용 성과를 점검해, 성과가 낮은 곳은 시장에서 밀려나도록 관리한다. 이런 경쟁이 결국 운용 실력을 높이는 힘이 된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도 퇴직연금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꾸준히 손질하고 있다. 일본은 2002년에 개인형 확정기여 제도인 이데코를 도입했고, 세금 혜택도 강화했다. 납입한 금액은 전액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운용 과정에서 생긴 이익에도 세금을 붙이지 않는다. 나중에 연금을 받을 때도 일정한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일본 정부는 2022년에 이데코 가입 가능 연령을 만 60세 미만에서 만 65세 미만으로 넓혔다. 여기에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기업형 확정기여 가입자도 이데코에 함께 가입할 수 있도록 바꿨다. 이런 제도 개선 덕분에 이데코의 2023년 수익률은 7퍼센트 수준으로 알려졌고, 기업형 확정기여는 같은 해 13.3퍼센트의 수익을 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평균 수익률은 연 6.02퍼센트였다.
정리하면, 선진국의 퇴직연금은 단순히 돈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투자 구조와 경쟁 체계를 함께 갖추고 있다. 특히 주식 투자 비중 확대, 자동 운용 제도, 성과 중심 경쟁이 높은 수익률을 만드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