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냉장고·세탁기 같은 가전제품과 자동차 관련 품목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반도체, 화장품, 전자기기처럼 성장 속도가 빠른 품목이 앞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주요 수출 품목 20개를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늘어난 품목은 13개였다. 가장 눈에 띄는 품목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수출은 큰 폭으로 뛰었고, 컴퓨터 수출도 함께 강하게 늘었다. 특히 저장장치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요가 커지면서 컴퓨터 수출 증가에도 힘이 실린 것으로 보인다. 이 흐름은 전체적으로 반도체 시장 회복과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무선통신기기, 석유제품, 비철금속, 화장품도 좋은 흐름을 보였다. 그중에서도 화장품은 한국의 새 대표 수출품으로 존재감을 더 키우고 있다. 생활과 밀접한 소비재가 해외에서 꾸준히 팔리면서, 한국 수출 지도가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힘이 약해진 품목도 있었다. 가전제품은 감소 폭이 가장 컸고, 자동차부품과 일반기계도 수출이 줄었다. 가전의 경우 제품 경쟁력 자체가 크게 떨어졌다기보다, 해외 현지 생산이 늘어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미국 시장에서는 관세 부담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기계 수출이 줄어든 이유도 비교적 분명하다. 제조장비나 산업장비는 건설 경기와 기업 투자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는데, 최근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요가 약해졌다. 특히 중국의 부동산 경기 부진이 길어지고 있고, 미국발 관세 변수도 남아 있어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 밖에도 석유화학, 철강제품, 섬유, 자동차 등 일부 전통 주력 품목은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든 흐름을 보였다. 즉, 한국 수출은 지금 기존 강자 중심 구조에서 새로운 성장 품목이 커지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를 반영해 정부도 관리 대상 품목을 넓히기로 했다. 기존 15대 주력 품목에 전기기기, 비철금속, 농수산식품, 화장품, 생활용품을 더해 20개 품목 체계로 확대해 살피겠다는 것이다. 이제 한국 수출은 소수의 전통 제조업만으로 설명하기보다, 반도체와 케이뷰티, 식품, 생활소비재까지 함께 이끄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